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 영어 교육에 정답은 없다.)
요즘 몇명의 초등학생들을 만나서 상담을 했습니다.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어떻게 공부했느냐에 따라서 실력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영어에 얼마나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못한 우리 아들 얘기부터 해야겠죠?
딸아이는 영어 유치원 2년을 보냈었는데, 초등 일학년때 실력이 검증된 바로는 초등 3년 경시대회 통과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지속적으로 뒷바라지를 못해주어서 지금은 고등학교 실력을 뛰어넘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이 중학생 수준에 머무를 뿐이랍니다.
그동안 영어 보다는 수학에 더 치중을 했기 때문이겠죠?
영어를 하루 한시간 공부하면 수학은 하루 다섯시간씩 해야 같은 점수가 나오니, 공부하는 아이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나 수학도 자꾸 하면 느는 과목인지라 예전보다는 좀 수월하게 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수학 시키느라 고생한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아픕니다.
딸 아이를 교훈삼아 아들 녀석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시켜야지 맘 먹고 느긋하게 영어 유치원도 안보내고 신나게 놀렸더니, 정말 못합니다.
학교는 1학년부터 영어를 시키는 영어 시범학교인가 뭔가로 지정되어서, 일주일에 한시간씩 꼬박 꼬박 영어를 배웁니다만,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문장만 줄줄 외워옵니다.
아마 한시간에 서너문장 정도를 암기시키는 듯 합니다.
예를 들면 "What's this?" "I't a pencilcase." "It's a bagpack." 이런 식으로 외워와서는 집에서 엄마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나 문장을 읽지도 쓰지도 못합니다.
다만 알파벳 대소문자 겨우 알 정도로 일년을 보냈습니다.
파닉스 교재를 첫세트 여섯권 다 했지만, 아직도 파닉스가 뭔지도 모릅니다.
문장을 먼저 해야 하나? 튼튼영어처럼 자꾸 들려주면 귀가 열릴까? 나름대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뮤지컬영어교재를 던져주었더니 문장은 잘 외웁니다.
그리고 재밌어합니다.
그래도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지,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받아쓰기는 안되어도 읽기는 되는데, 파닉스를 좀 알아야 읽기도 될텐데 싶어서 두번째 파닉스 교재를 넣어주었습니다.
일년을 학교에서 집에서 영어에 시달려서 그런지, 이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습니다.
영어 단어를 읽어주면 나름대로 한글로 밑에 써 둡니다.
그러면 안돼, 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시험을 보게 하는데, 베리라는 포인트 점수에 목숨 거는 아들인지라, 참 열심히 듣고 열심히 문제를 풉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발음을 들으면 첫소리 정도는 맞춰냅니다.
파닉스의 기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파닉스 교재 여섯세트 몽땅 넣으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세트에서 아이가 감을 잡아가기 시작하네요
그렇게 이제 시작하는 아들 녀석과 비교해서 요즘 만나는 일학년 학생들은 참 많이도 공부를 했더군요
어제 만난 8살 짜리 남자아이는 영어 유치원 2년 다녔더군요. (아마 2년동안 유치원비로 약 천만원 정도 쓰지 않았을까요? 제 아들은 교재비 15만원 쓴 수준인데...역시 돈만큼 지식이 들어가 있더군요)
독해를 시키는데, How many rabbits are there? 이라는 문장에 "토끼가 맨마리 있니?" 라고 답을 쓰더군요
옆에서 그 아이 누나랑 배잡고 웃었습니다. 맨마리 라는 말에...
하여간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은 마스트했고, 5학년 문법 정도 시작할 정도더군요
영어 유치원 2년이나 초등 3,4년 학교 영어를 마친 정도와 거의 비슷하죠?
지속적으로 잘 시켜야 유지되는데, 제 딸 아이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열심히 시켜서 꼭 성공했으면 합니다.
어릴적부터 열심히 시킨 아이들 보면 초등 4학년 정도에 성문기본영어를 볼 정도의 실력이 되니, 중학교 가면 충분히 토플 시험 보겠죠?
외고를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길래, 외고 가려면 다른 과목도 잘 해야 하니까 국영수사과 모두 신경쓰셔야 한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영어 하나만 잘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아직은 한국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여기가 경상도이다보니 발음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인데, 미문화원에서 영어를 4년간 배웠고, 지금도 여전히 거기 다니며 회화를 하고 있습니다.
회화학원 다니는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말로 해석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는데, 우리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고 하는게 그 아이들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학습지로 독해를 많이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씩 조금씩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 매끄러워지거든요
아이들 두뇌 구조가 아마 어른과 달라서 그럴것입니다.
제가 대학교때 만난 파키스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유치원다니는 딸, 아들이 있었어요
그 아이들이 한국에 일년이상 살아서 우리말을 제법 하죠
그래서 아이들과는 한국말로, 파키스탄 친구 남자와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그 친구의 부인과는 도무지 대화할 길이 없는겁니다.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해 주고 엄마에게 파키스탄 말로 좀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못하는겁니다.
한국어는 한국어로, 파키스탄어는 파키스탄어로는 되는데, 두 언어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을 요즘 회화학원 오래 다닌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회화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에게 독해책을 읽히면, 마치 국어책 읽듯이 동일한 억양으로 툭박스럽게 읽는 다는 것입니다.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대로 말입니다.
그것을 고쳐보겠다고, 지금 아이에게 문장을 한문장씩 똑 같은 억양으로 따라읽기를 시키고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해 줄지 의문입니다.
또 다른 아이의 예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남자 아이인데, 영어를 너무 좋아해서 학원 1년 다니다가 파닉스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는데, 정말 잘 합니다.
따라읽기 녹음하기를 처음부터 철저히 시켜서 그런지 발음도 거의 원어민과 비슷해져가고 있고, 받아쓰기도 줄줄 됩니다.
우리 아들 녀석도 저 아이만큼 영어를 하면 받아쓰기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늘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부럽거든요
그렇게 착실히 실력을 쌓아가면, 학원 다니며 천만원씩 투자한 아이보다는 덜하겠지만, 나름대로 실속있고 내실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전 고등학교때 불어를 배웠습니다.
독어를 하고 싶었는데, 1학년때 짝수반은 불어, 홀수반은 독어로 지정되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배운게 불어였어요
불어를 배우며 pronunciation 이라는 단어와 professor 이란 단어를 영어 배우기 전에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이 단어들만 나오면 영어가 아닌 불어로 읽어버립니다.
첫 발음을 배울때 어떻게 배우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대구에 살기 때문에, 대구의 굳어진 사투리 억양때문에, 영어를 배우며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구 살던 아이들이 서울로 이사가면 몇년 안되어 서울식 억양으로 말하게 되듯이
영어 역시 정확한 발음을 지속적으로 들으며 따라하기를 연습하다보면, 분명 어느날 멋지게 발음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내 아이는 첫 발음을 정확히 나름대로 들리는대로 발음하도록 내버려두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프로그램의 교육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이들마다 특성이 다르고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고, 적성이 다르기에, 아이들마다의 다른 교육법이 있어야 하나봅니다.
그것을 가장 잘 찾아줄 수 있는 엄마, 그것을 가장 잘 찾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