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62탄 엄마! 행복해요?)

생각제곱 2007. 5. 5. 08:32

참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두 아이들 시험 치는데, 왜 엄마가 더 바빴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는 4월에 시험보고 벌써 결과가 나왔습니다.

1학년때 시험없이 학교생활하다, 2학년이 되어 배운 전과목을 다 시험본다니 좀 긴장이 되었나봅니다.

 

저 역시 1학년때와는 달리 시험을 잘 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수학, 과학 학원을 보내면서, 3학년 12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면서, 혹시라도 학교에서 성적이 안좋아 그 시험 응시 못하면 어떻게 하나(한 학년당 5-6명 정도만 응시할 자격을 준다고 하네요. 그럼 그 학년에서 5등안에는 들어야 시험 한번 쳐 볼 수 있다는 말???) 하는 마음에 좀 신경써서 가르쳤습니다.

 

다행히 몇개 틀렸지만, 아이 말로는 자기가 자기 반에서 제일 잘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건 첫째아이였습니다.

 

둘째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첫아이 시험공부에 내 모든 시간을 바쳤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건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적어도 저녁 9시부터 1시까지는 아이 붙들고, 책상앞에서 같이 공부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공부하라고 시키고, 모른다고 묻는 것만 가르쳐주고 했었는데, 이번엔 공부방법을 바꾸어서, 한문제 한문제 같이 풀었습니다.

원래 잘하는 국어는 혼자 공부하게 내버려두고, 또 내가 못하는 사회도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고,

 

수학과 과학은 한문제 한문제 푸는 것 거의 대부분 옆에서 지켜보고 풀어주고 했습니다.

혼자 공부하라고 내버려둘때보다, 집중력도 길어지고, 잠도 덜오는 것 같더군요

하다가 잠이 올려고 하면 얘기를 나눕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그러다가 처음으로 동생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더군요

첫아이가 워낙 말이 없는 아이였고, 또 잠시 사춘기를 겪는지, 집에 와도 말은 더 없어지고, 가족끼리 나들이갈땐 따라가지 않고 집에서 혼자 있곤 했었거든요

 

같이 공부하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꼈나봅니다.

"내가 일곱살때 엄마가 수상이만 너무 사랑해서 난 수상이가 싫었어"

 

일곱살, 한창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동생만 늘 안아주고, 젖먹이고 한게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껴졌나봅니다.

그게 아니란걸 스스로 깨닫는데 걸린 시간이 거의 6년

 

요즘엔 이해가 된다고 합니다.

 

아이와 같이 공부하면서 우리 모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눈 대화들보다 이번 시험기간에 나눈 대화가 훨씬 더 많았고, 또 마음속의 모든 말을 다 쏟아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단 둘만의 시간을 매일 매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딸아이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나봅니다.

 

하루는 공부하다가 제게 묻더군요

"엄마, 엄마는 행복해?"

"응 행복해. 왜?"

"내가 엄마라면 안행복할것 같애. 엄마는 돈 벌려고 나가서 일도 하고, 집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집에 오면 내하고 수상이 공부도 가르치고, 근데 나는 공부도 못하고..."

 

딸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더니, 벌써 내 아이가 엄마를 이해해줄 만큼 자랐구나 싶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대견스럽기도 하고....

 

잠시의 사춘기동안, 아주 짧은 반항들이 있었지만, 그리 심각하지 않아서 그냥 지켜 보고만 있었는데, 이젠 가족끼리 놀러갈때도 무조건 따라가기로 했다는 아이 말에, 정말 사춘기는 이렇게 다 지나가버렸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동생처럼 자기도 이번엔 꼭 일등을 하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늘 열심히 공부해도 일등이 안되니까, 자신에 대한 실망스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한번도 일등하라고 강요한 적도 없는데, 왠지, 엄마 때문에 공부하는 아이같은 마음이었나봅니다.

 

그러나 일등 안해도 좋다는 대답은 못하겠더군요

열심히 하면 다 맞을 수 있다고, 다음엔 시험칠때 더 신경써서 공부하고, 실수하지 마라고

실수만 안하면 잘 할 수 있다고밖엔...

 

실제로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말 몰라서 틀리는 건 두어개 정도밖엔 안되는데, 덜렁대고 착각하고 실수해서 틀리는 것들 뿐이거든요

 

그렇게 그렇게 자라가겠죠? 아직은 시험이 연습이잖아요?

고등학교 가서 잘 하기 위한 연습

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이번 시험기간동안, 공부 시키면서, 내가 어떤 과외를 붙여주어도, 나처럼 이렇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제 시험이 끝나고 우리 모녀는 늘어지게 낮잠잤습니다. 밤 잠 역시 실컨 자구요...

다음주부터 다시 기말고사를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죠.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자만하지 않고 더 겸손해질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니까요

 

그러면서 아이도 저도 최선을 다해 같이 달렸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또 같이 달리며 서로의 속마음을 얘기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사실에 감사하며 내일을 준비합니다.

 

아이와의 대화, 그리고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것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여러분들도 한번 해 보세요.

벌써 하고 계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