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모래조각품

생각제곱 2015. 10. 12. 19:37

그는 오늘도 해운대 백사장에서

수 천 톤의 모래를 뒤집는다

꿈의 조각들을 만드는 데

물통, 물주전자, 삽이 아닌 다른 것은 사치다

 

그의손길이 닿는 곳마다 서리병아리가 깨어나고

흰수염고래가 헤엄치고

밤색 목도리를 한 귀제비가 날아오른다

알갱이가 작아서 병아리가 되고

굵어서 고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모래 몇 삽을 더 부어 고래가 된 병아리도

파도에 부서지는 똑같은 모래일 뿐이다

 

수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세포 같은 모래는 생명을 입는다

그는 오늘도 백사장 전시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세포 분열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