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냄비
생각제곱
2015. 10. 12. 19:39
나물을 볶으며
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자루 하나 달린 투박한 바가지처럼
둔탁한 너는
백화점 사은품이란 꼬리표를 달고 찾아온 불청객
시골집 마당에
덩그라니 걸려있는 가마솥처럼
싱크대 구석에서 먼지를 이불삼아
기나긴 겨울잠에 빠진
익숙치 않은 이방인이었지만
지금은 편애없이 열기를 나누는
중후한 매력으로 다가와
곰삭은 젓갈처럼
음식 맛의 비밀이 되어
오래 묵은 세월을 함께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