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신의 뜨개질

생각제곱 2015. 10. 12. 19:52

그는 알록달록한 실로 생물계를 짠다

한 코 한 땀 얽어서 공생 그물을 만든다

 

아가미 없는 해삼 코에 숨이 고기를 걸고

앞 못 보는 새우 코에 고비 물고기를 걸어

그물 한 자락을 짜낸다

 

태평양 거슬러 알래스카 강가에 이른 연어는

알 낳을 그늘을 주는 나무와 그물코를 만들고

부지런한 개미와 진딧물도 얽어 거대한 그물망을 만든다

 

그의 손으로 짠 그물 한 코에 내가 있고

그 코에 얽힌 한 땀에는 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