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너무 가난해서 모을 돈이 없었다 (2탄)
리플 달아주신 많은 님들 감사합니다. 어젯밤 참 열심히 쓴 글이 다 날라가버려 속상했었는데, 여러분들의 리플에 힘입어 한번 더 도전할랍니다.
오늘은 우리 부모님의 내집 마련 과정을 적으려고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당에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 한옥집 그것도 주인과 함께 사는 그런 집에 부엌하나, 방 한 칸짜리에서 살았었습니다.
그러다 동생들이 하나 둘 태어나고(세살 적은 여동생과 다섯 살적은 남동생이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함께 사셨던 터라 방 한 칸으로 모자라 두 칸짜리 셋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울 엄마 방한칸 세들어사는 울 아빠에게 시집와 신혼도 할머니랑 한방에서 시작했답니다.
정말 정말 가난 그 자체였죠.
제 기억으론 엄마는 시장에서 깨소금과 청국장 따위를 파셨었어요
낮에 집에서 할머니께선 장사할 깨 볶구, 콩 삶아 청국장 만들고, 엄마는 나가서 팔고...
그 일을 아마 제가 중학교 다닐때까지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번 돈으로 계를 들어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에 6평짜리 판자집을 하나 샀습니다.
화장실은 없어서 공동화장실을 사용했고, 공동우물에 수도도 하나...
다행히 우리 집은 이사들어가며 수도를 놓았습니다. 그나마 장사 준비를 해야하는 할머니를 배려하셔서 그렇게 하셨을 것 같아요
아이 셋이 셋방에 살때는 주인에게 어지간히 눈치도 보였었겠죠? 그러나 비록 6평짜리지만 내 집이라고 장만하셨던 저희 부모님 너무나 좋아하셨었어요.
밤마다 쥐들이 천장에서 달리기 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살았습니다. 10년쯤 살았네요
그 곳은 재개발이 시작되었고, 거긴 아파트가 아닌 아주 큰 백화점이 들어섰습니다. 거기 살던 사람들 우리처럼 빨리 동의하고 나가준 사람은 16평짜리 주공아파트 5년 임대권을 주었어요. 5년후엔 분양받아 살라고
늦게까지 투쟁(?)한 사람들은 비록 같은 평수지만 시영아파트에 들어갔습니다.
두 아파트의 차이를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지분에서 좀 차이가 나더군요
어쨌든 우린 덕본거였죠
그러나 그 임대아파트도 바로 들어가진 못하고 이년정도 후에 입주할 수 있던 것이어서 우리는 또 셋방을 알아봤습니다.
손박닥만한 부엌, 싱크대도 없는 아궁이와 부뚜막이 있고 둘이 들어가 돌아서지도 못할만큼 작은 부엌과 할머니와 우리 삼남매가 누우면 딱 맞을 크기의 방하나에 세들어 살았습니다.
분식집이후로 새로 시장에서 천만원 권리금 주고 들어간 옷가게(그것도 곗돈 당겨서 쓴 것이라 고스란히 빚이었습니다.)에 난방도 안되는 방에서 침대하나 전기장판 하나두고 우리 부모님 거기서 이년을 주무셨습니다.
안정되지 않은 삶, 그러나 시간은 흘렀습니다.
엄마가 새옷 하러 가시는 날은 여동생과 둘이서 가게 지키며 옷 팔았습니다. 중간 기말 고사를 칠때는 옷가게에 앉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끄러운 곳에서 잘 외우는 버릇이 생겼어요. 아니 한번 집중하면 주위의 소리가 안들리죠. 덕분에 듣기 싫은 소리 안듣는 귀와 맡기 싫은 냄새 안맡는 코를 가지게 되었죠?
어떻게 가능하냐고 하시겠지만 저는 그게 되더라구요
고3이 되고, 제가 들어간 대학 가까운 곳에 임대아파트가 다 세워지던 11월, 우린 이사를 했습니다.
16평 아파트, 방3개, 욕실엔 욕조도 있었습니다.
그 집이 그때는 왜 그렇게 넓어보이든지....
처음으로 장롱을 사고, 제 책상도 샀습니다.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책상이었어요.
그 날의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저희들 뒷바라지만 하시다가 드디어 아파트 입주한 우리 할머니 그 날부터 씨름씨름 앓기 시작하셨어요
하루 종일 주무시기만 하시고... (사람들이 저승잠이라고 하더군요)
셋방에서 힘들게 힘들게 밥해서 고3인 저 뒷바라지 해 주시다가 제가 대학생이 되자 일어나지도 못하시고 누워만 계셨어요
그러다 따뜻한 사월에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엄마보다 더 좋아했던 할머니셨어요
할머니 돌아가시면 나도 따라 죽을거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막상 그것도 안되더라구요.
슬픔에 빠져 일년을 보냈습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습니다.
다음 편에는 제 학교생활을 적을께요. 그 다음부터는 돈벌기 시작한 내용들 적으려구요...
그래야 뒷부분이 이해가 되실 것 같아서....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님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또 날라갈까봐 한글2002에서 작업했습니다. 메모장을 잘 사용할줄 몰라서요...조언주신 님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