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너무 가난해서 모을 돈이 없었다. (7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6탄에 적었던 그 시간들이었습니다. 경주에서 살았던 그 시간들,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 매일 매일 이렇게 살면 좋겠다. 그러면서 몇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이었지만, 참 좋은 친구들...아직도 연락하며 사는 친구들...
나이와 직업을 초월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다리 역할을 잘 해준 피얼스 덕분이었죠.
그 사람의 사고방식에 젖어든거죠
열살 차이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나이 적은 사람에게도 위로를 받기도 하고, 또 때로는 형제보다 더 나았던 이웃 사촌들이었습니다.
김약국집 딸들은 마무리짓지 못하고 다시 저희는 대구로 이사와야 했어요
몇년 후 신디와 통화하면서, 책을 출판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나 아닌 다른 학생들이 초벌 번역작업을 끝까지 도와주었을겁니다. 동국대에도 진지하게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았었어요.
그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던 책이 있었어요 닥종이 공예를 하시는 분이 사진과 시를 같이 올렸던, 엄마 어렸을 적에 라는 책
그 책을 보는 순간, 캐롤이 정말 좋아할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캐롤 생일 선물로 그 책을 주고 싶어서 한권 샀는데, 온통 한글이라... 영어로 번역해주면, 더 감동받겠지? 싶어서 그 책 번역을 시작했어요
내겐 이미 세분의 선생님이 계셨으니까...
일단 시를 하나 하나 번역하고, 매일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 수정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떤 것은 피얼스가, 어떤 것은 신디가, 그리고 또 어떤것은 마크가
그중 신디의 번역이 제일 시적이었고, 피얼스는 언제나처럼 그 나름대로의 문체...마크가 젤 성의없이 해줬습니다. 거의 제가 틀린 관사부분 외엔 별다른 수정작업이 없었거든요.
아마 시적 감성이 없었던 것이었으리라...
하여간 한달안에 작업해야 했던 일이어서 정말 바쁘게 번역하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수정부탁해서는 예쁜 펜으로 한글 밑에 영어를 적어서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캐롤은 제 선물에 너무 감동해서, 자기가 아끼는 작가의 사진첩을 하나 사 보내주더군요.
자연의 웅장함을 그 책을 통해 느끼고 또 느끼고
그러나 아직 미국 한번 못가봤습니다. 언젠가 돈 벌면, 꼭 한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었죠.
그녀는 언제나 내게 미국에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을 들게 하는 사진들을 보내주었거든요.
제가 그녀에게 실수한 것이 있었어요. 펜팔은 아주 오래 오래 계속 되었고, 그동안 그녀는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이사도 했고, 나는 둘째 아이도 낳았고...
거의 사오년을 펜팔을 했었나봅니다.
둘째를 낳고 나서 아니 가지기 전부터 영어에 손을 놓았던 터라 둘째 낳고 난 뒤부터는 가끔씩 오는 피얼스의 전화도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듣고 대충 눈치로 대답해주고...
영어 손 놓으면 잊어버리기 시간문제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캐롤에게 편지를 쓸때도 아 너무 힘들어 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그녀에게 부담이었나봅니다. 그녀는 기꺼이 내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꼬박 꼬박 답장을 해주었는데, 나는 늘 힘들다는 내용을 보내니 펜팔을 하기 싫어서 하는 소리로 들었나봅니다.
그 이후로 내가 너를 힘들게하느냐는 편지가 온 이후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내가 언제나 언니처럼 생각했었던 사람이었는데... 나보다 열살정도 많았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미국인은 우리 나라 사람과 사고가 다르니 말도 함부로 해선 안되겠구나 라는걸 깨달았죠.
전 거의 모든걸 부딪히고 경험해야 터득하는 사람이었나봅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경험을 더 많이 하느라 고생도 더 많이 한지도 모르죠.
지금도 영어 회화 잘하고 싶다는 사람 만나면 전 무조건 문법 공부하라고 합니다. 그 다음엔 중학생용 단어장 사서 외우라고 합니다. 그럼 일상생활에서 하고 싶은 말 다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외국인이랑도 말 다 통합니다. 단, 정치나 시사에 대한 토론은 불가능...
피얼스는 늘 제게 신문에 난 사건으로 말 시키길 즐겼어요. 특히 정치문제로... 한국말로도 생각하기 싫은데, 그걸 영어로 자꾸 시키니 미치겠더라구요. 제발 그것만 묻지 말라고 부탁부탁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정치문제 영어로 말하라면 못합니다.
그러나 혹시 영어공부 하시는 젊은 분들 계시면, 신문보고 영작하는 연습 부지런히 해 보십시오. 그럼 외국인과 말하는데 하나도 안막힐겁니다. 제가 막혔던 유일한 부분이었거든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대구란 곳 제 고향이어서 길가다 아는 사람 무지 많이 만날 수 있기에 데이트도 맘놓고 못했지만, 경주엔 나랑 딸이랑 남편 말고는 모두 새로운 사람들 뿐이라 너무나 자유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피얼스랑 손잡고 데이트도 몇번 했었죠.
한번은 왕릉에 가서 놀다가 갑자기 손잡고 걷고 싶어지더라구요. 아주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Could you give me a hand?" 제 생각은 " 니 손 하나만 줄래? "라고 생각하고 영작했는데 그의 대답은
"What can I do for you?" 였습니다. 여자가 용기내서 손잡고 싶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농담하나 싶어서 또박 또박 한번 더 말했습니다. "Could you give me a hand?" 그러니 그도 또박 또박 한번 더 말하더라구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Could you give me a hand?" 란 말은 도움을 요청할때 쓰는 말이라나요?
그렇게 무식이 탄로나 가면서 영어를 배웠어요. 그래도 소위 중고등학생들 과외한다는 선생인데 말입니다.
그는 참 지혜로운 사람이었어요. 제가 늘 물어요. 어디서 그런 지혜를 배웠냐고...하긴 저보다 열여덟살이나 많은데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각계 각층의 친구가 있었던 그였으니까 삶의 경험만으로도 저보다 한수만 위였겠습니까?
그는 절 진정으로 아껴주었고, 제게 언제나 충고를 아끼지 않았어요.
자신이 가진 지혜는 아주 아주 조금인데 그것은 사람들과 인생을 즐기면서 나온다고..
너와 너의 딸도 이와 똑같은 지혜를 가졌다고...우리는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제나 바쁘게 사는 제 모습을 보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을 항상 비워두라고 했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부도 해야 하고 학부모들과 상담도 해야 하고 또 밥하고 빨래하는 가정 주부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 사이 혼자만의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그의 충고대로 하려고 많이 노력했었어요. 지금도 아마 조용히 추억을 더듬으며 내 자신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지느라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아주 서사적인 사람이었어요. 그의 말을 들으면 제머리속엔 너무나 멋진 영상이 그려집니다. 그가 어렸을적에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던 추억을 말하면 저 역시 그와 함께 빗소리를 듣고 있었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눈을 치우던 추억을 말해주면 저 역시 눈속에서 그와 눈싸움을 했었죠.
만약 내가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영어가 그렇게 달콤하고 감미로운 언어라는 사실도 몰랐을 것입니다.
제 딸아이가 지금 6학년이에요.
내 아이가 영어를 잘 하면 좋겠다는 것은 모든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요?
영어는 꼭 외국인이랑 같이 학원에서 공부해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아이들 외국어학원에 보낼때 전 그 돈 꼬박꼬박 아이 통장에 저축했습니다.
외국어 학원 삼년 보낼돈만 모으면 4인가족 동남아가서 일주일 넘게 즐기다 올 수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했기에, 또 실천했죠.전 머리속에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바로 실천해버리는 성격이라...
그래서 저희는 그 돈으로 필리핀으로 8박 9일 여행 다녀왔어요. 막내가 세돌 지나고 나서...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 주고 싶어서였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고, 또 적은 돈으로 가려니 그곳만한 곳이 없어서 였습니다.
이백오십만원 정도 썼었는데, 효과는 기대이상이었어요.
다녀오고나서 우리 애 왜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지 깨달았나봐요. 공부하란말 할 필요가 없어지더라구요.
세돌 지나고 다녀온 둘째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공부고 경험이었어요. 필리핀 여행기는 다음에 기회되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이거 게시판 성격에 안맞는 글 아닐까??? 고민고민... 내일은 본업인 과외말고, 부업했던 얘기 적을께요. 오늘 글 맘에 안들어도 돌 너무 날리지는 말아주세요... 그냥 너무 행복했던 시간들이라 한번 더 추억해봤습니다.
그럼 오늘도 이만하고 자러가야겠어요. 내일을 위해서..
여러분도 달콤한 꿈 꾸시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