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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필리핀여행기 1탄

생각제곱 2005. 5. 6. 23:39

오늘 회사에서 일이 좀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피곤하네요. 쓰고 싶은 글 제목을  종일 생각했는데, "은밀한 유혹", "꿈을 꾸자, 환상을 보자."

이건 머리가 좀 맑아지면 쓸께요.

필리핀 여행기는 제 홈에 있던 것이라서 약간만 손봐 올리고 오늘은 그냥 잘께요

내일부턴 매일 한편씩 열심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으로 간 첫번째 이유는, 새로운 사업구상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두번째 이유는 같은 교회 다니시는 부부가 거기서 정착해 살고 계셨는데, 우리가 할 만한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여행도 할겸 한번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였어요.

그 분은 거기서 옷만들어 파시는 사업을 했습니다.

세번째 이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먹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별로 아끼지 않습니다.

물론 돈 적게 들이고 맛있게 해먹는 방법은 늘 생각하지만, 머리속으로는 늘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며 먹입니다.

학교 다닐때 배운것 있잖아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오늘은 뭘 먹었으니 내일은 뭘 보충해야 하고...

 

그리고 여행은 아이들을 위해서에요. 여행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첫째아이 지금 6학년인데, 학원 안보냅니다. 앞으로도 안보낼겁니다.

학원 보낼돈 아껴 저축하는게 아니고 그 돈 아껴 여행갑니다.

그게 내 아이에게 물려줄 유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날(1/26)  

아침에 일어나니 비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온 길바닥이 하얗게 변해 있어서 밤새 눈이 내린줄 알았는데 몇일 전 온 눈이 덜 녹은 것이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러나 춥지 않은 날씨에 감사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 길


구미와 김천을 지나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고 온 들판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산도 들도 몽땅 눈침대 같았다. 누워서 뒹굴고 싶은 유혹을 참으며...
막내는 잠들었고 큰 아이와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지루하게 인천을 향해서 갔다.
봉고와 트럭이 약간의 접촉사고를 일으켜 차가 밀리고 있었지만 버스전용차선 덕분인지 생각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다.


터미널에는 아는 목사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우린 그 차로 짐을 옮겨싣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먹자 골목이라는데 예전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중국집에 가서 이것 저것 많이 시켜서 배부르게 저녁을 사주신 목사님 (무지 감사했다.)
미리 알아봐 주신 월미도의 모텔까지 데려다 주시고 가셨다.
베개 네개 나란히 두면 딱맞는 크기의 방에서 우리 가족은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었다.

 

둘째날(1/27)  

집이 아니어서 그런지 여행에 대한 흥분감 때문인지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네시 조금 지나서 잠이 깨어 다섯시쯤 일어나 머리를 감고 이빨을 닦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목사님이셨다.
밖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고 배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려고 오시는 길이라고...
연안부두 가까이 와있다고...
우린 서둘러 준비를 하고 차에 짐을 싣고 배를 탔다.


처음에는 배타는 곳까지만 바래다 준다고 하셨는데 공항까지 짐들고 아이들 데리고 이 추운데 비도 오는데 어떻게 버스를 타고 가느냐고 불쌍하고 가련한 표정을 잔득 지으며 조르고 졸르니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다.
어제밤부터 죄송하기도 했지만 아주 감사했다.
언젠가는 이 은혜에 보답할 날이 오리라 여긴다.
공항에서 내가 발권을 하고 1인당 만원씩 공항세를 내고 비행기를 타러 나갔다.

왠 수속이 그렇게 복잡한지..


캠코더는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와 신고하고 멍청한 실수를 해가면서 겨우 나가는데
비행기를 타러 가는길은 왜 그리 긴지
새벽일찍 일어나 지금까지 걸어다닌 두 아이는 다리 아프다고 하며 너무 피곤해하고
다행히 움직이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통해 비행기를 타는 곳까지 갔다.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공항 마당에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있었다.

모두 하얀 눈으로 덮혀 있었다.
활주로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15분이나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비행기 이륙하자마자 막내는 정신없이 잠들었다.


비행기 나는 것 보라고 깨웠더니 "시끄럽다.. 못자겠다.."그러면서 자꾸 잠만잔다.
고도는 점점 올라가고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온 천지가 다 하얀데 활주로만 눈을 치워둔 자국이 보인다.
그러나 곧바로 안개 때문에 온통 하얀 수증기만 보일 뿐이다.
아래가 내려다 보이지 않아 답답했지만 비행기 안에는 한국인이 더 많아서 아직 외국에 나간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아침으로 막내는 스파게티 몇줄과 소세지 반개 밖에 안먹었는데 밥나오기 전에 깨면 좋으련만 흔들어도 모르고 잠만 자고


큰애는 남편과 나란히 앞에 앉아서 비행을 즐기고 있다.
갑자기 보이는 파란 하늘 흰구름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눈부신 태양! 어제부터 못보던 태양! 너무 반가운 태양이다.
입국서류를 작성해야 한다고 종이를 네장이나 주는데 모든 게 다 영어로 되어있다.
자주 다니는 아줌마들은 여권 꺼내 열심히 잘 쓰는데 나는 한참을 헤매고 틀려서 종이 다시 받아서 쓰고...
아직도 덜 썼는데 밥이 나온다.
비빔밥과 쇠고기 덮밥 하나씩 받아서 막내를 깨우는데 짜증만 내고 자꾸 잔다.


할 수 없이 내것 먹고 막내 것은 따로 덮어두었다.
깨면 먹여야지
도착 한시간전에 잠에서 깬 막내 밥을 너무 맛있게 먹는다.
아침을 제대로 못먹어서 배가 고팠나보다.
필리핀에 내리니 후끈한 열기
여름이구나
공기가 습하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
공항은 시원하다 못해 추웠고 나오는데 거치는 것은 뭐그리 많은지...


출국수속해주는 여자는 뭐그리 꼼꼼하게 하는지 다른 줄은 다 나가는데 우리는 한참을 기다렸다.
짐찾아 나오는데 짐표와 물건을 확인당하고 다 나왔는데 마중나오기로 한 교회 집사님은 안보이고 시커먼 필리핀 사람이 나와서 택시 타라고 말을 해서 무서워 도로 공항건물로 쏙 들어갔다.
아무리 찾아도 아무리 기다려도 안보여서 2달러주고 공중전화카드를 사서  집사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국제 미아 되겠어요 집사님" 그랬더니 "빨리 안나오고 뭐합니까? 다른 사람들 따라서 나와야죠?"
"다 나왔는데...안계신데요?"


"거기 보면 양갈래로 내려가는 길 있으니 그 길따라 빨리 내려오세요"
난 공중전화앞에 에스켈레이터 올라가는 것밖에 없다고 하니 문 나와서 길건너 보면 내려가는 길이 있단다.
멀리 양갈래 화살표가 보인다.
오른쯕으로 내려가니 두 부부 집사님께서 나와계셨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도로 한국으로 날아갈 뻔 했다.
공항이 정말 이상했다.


한 건물이 끝나고 도로를 건너서 다른 건물로 내려가면 거기 마중나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영어공부 안한지 하도 오래되서 말도 잘 안되는데 말이다.
필리핀 기사와 스타렉스차
그걸 타고 30분 가량 오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봤을때는 판자집 같았는데 점점 번화가와 고층빌딩이 보이고


집사님 동네는 완전히 서울 시내 한복판보다 더 삐까뻔쩍하다.
40층짜리 빌딩이 빽빽하고 아파트는 80평
바닥은 모두 대리석
욕실 세면대도...
방바닥은 원목
방마다 화장실이 있고 붙박이장이 있고
공항은 우리나라 70년대 수준이었는데 여긴 별천지구나...
두명의 하녀


왕비가 부럽지 않는 그런 생활같다.
하녀 한명당 한달에 십만원 정도의 월급이라니...
종일 청소하고 설겆이 빨래 아이들 봐주고
너무 부러운 부분이었다.
필리핀은 정말 특이한 나라다.
마을마다 입구에 초소가 있고 경비가 지키고 몇명의 경비를 거쳐서 들어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기사들이 죽 앉아서 주인들 내려오길 기다리고
그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얼마나 단순할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은 잠겨져있고, 엘리베이터는 열쇠가 없으면 작동을 안하고
층층마다 버튼 옆에 열쇠구멍이 있고 그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가고자 하는 층에 불이오고
열쇠가 없이 갈 수 있는 층은 경비가 지키는 로비와 주차장
로비에도 주차장에도 경비가 항상 지키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은 양쪽에 있는데 한쪽은 C라인 다른 쪽은 D 라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집은 하나씩밖에 없다.
그 집 아이 둘은 ISM이라는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데
12학년까지 같이 다니고 졸업하면 미국에서와 동일한 졸업장을 준다고 한다.
그집 막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주 부유한 마을에 있었고 거기는 멕시코 대사관도 있었다.
유치원 시설은 너무너무 좋고 온갖 종류의 외국인들이 다 있었다.
필리핀이란 곳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 집사님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우리가 어떻게 여행할지에 대한 의논이 있었다.
29일부터 이박 삼일간 의료선교가 있다고 한다.


집사님은 손님(우리들)이 오기로 되어 있어서 손님이 따라 가겠다고 하면 같이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의료선교를 못따라 가겠다고 하셨단다.
이미 저번 의료선교때 다녀오신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 먼곳까지 와서 선교하는 곳에 한번 가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간다고 하였다.
그런데 내 아이들을 그렇게 위험한 곳
특히 화장실도 없는 그런 곳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풀숲을 찾아야 한다는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가족이 함께 여행와서 남편만 보내버리면 가족여행의 의미도 없고
또한 우린 기도로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그 의료선교팀은 지난 8월 이전부터 기도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중간에 이박삼일이 날아가 버리면 주일 때문에 다른 모든 여행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번 의료선교는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29일부터 의료선교를 하는 그 기간동안 보라카이에 가서 놀다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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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고 돌아왔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도 여러분들에겐 도움이 되리라 믿고 시작합니다.

가난하게 살다가 너무 사치스런 얘기 하는건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다 읽으시면 남는게 있을겁니다.

전 정말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어요

새로운 문화도 알게되었구요

 

그럼 오늘밤도 편히 주무십시오.

출처 : 짠돌이
글쓴이 : 짠순이되야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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