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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필리핀 여행기 2탄
생각제곱
2005. 5. 6. 23:40
세째날 (1/28) 어젯밤 늦게 남편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를 치고 대중사우나 갔다가 저녁먹고 12시쯤 들어왔다. 그때까지 난 모두 잠들어 있는 동안 컴 조금 하다가 소파에 누워서 기다렸다. 오자마자 영이는 그 집에서 자게 두고 상이만 안고 4층으로 올라와 잤다. 가구 하나 없는 80평의 썰렁한 집에서 큰방에 이불 하나 펴고 시계도 없이 불 다 끄고 자는데 내가 태어나 경험한 가장 긴 밤이었다. 자고 일어나도 밤이고 자고 일어나도 밤이고 폭주족의 오토바이 소리 같은 밤새 들리는 소리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은 트라이시클 소리였다.) 윗집의 게이들이 밤새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자다가 벌떡 일어난 남편 "누가 온거 아냐?" 그러나 방음이 철저하지 않아 그런 듯했다. 자다 깨다 반복하다 "필리핀은 아침이 지독하게 늦게 오는구나"란 생각까지 들었다. 상이도 몇번이나 뒤척이고 남편도 잠이 깰때마다 나를 건드려 깨우고...겨우 겨우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날이 훤해져있었다. 밖으로 나와 2층으로 내려갔는데 겨우 8시 영이는 6시 30분에 일어나 있었다고 했다. 아침 먹고 백화점 쇼핑을 했는데 진짜 넓고 큰 백화점 몰 4개가 연결되어 있다는데 겨우 반을 구경하고 나니 3시 그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만했다. 대구에서 제일 크다는 대백플라자는 거기 갖다대면 새발의 피였다. 점심은 언니가 타이 음식점에 가서 칼국수 비슷한것 (냄새는 지독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상이는 물에 한번 헹구어 주었더니 거의 한그릇을 다 먹었다. 영이는 처음에 냄새 맡고 안먹는다고 하다가 한번 맛보더니 잘 먹었다.) 만두 비슷한 것 그리고 야채샐러드를 먹었는데 매콤한 것이 마치 무우생채 같았다. 파파야 라고 했다. 저녁은 집에서 먹고 상이만 데리고 어른들끼리 22층 호텔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망고 쉐이크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처음에는 망고 쉐이크만 시켰는데 저녁을 많이 먹지 않은 상이를 위해서... 옆 테이블에 있는 이란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메뉴판에서 찾았는데 포테이토란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맛있게 먹고 있는 외국인에게 물었다. 그 음식 이름이 무엇이냐고...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그와 비슷한 발음의 음식을 찾으니 감자튀김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양고기를 시키면 딸려 나오는 것이었다. 집사님이 양고기는 맛이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웨이터에게 감자튀김만 파냐고 물었더니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감자튀김과 쵸코케잌 한조각을 시켜서 먹었다. 22층 호텔 옥상에 뚜껑도 없이 기둥만 세우고 영업하는 카페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비가 오면 내려온다는 비닐 커튼 아래서 분위기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잤다. 넷째날(1/29) 아침 일찍 일어났다. 보라카이 가는 날이다. 집사님이 보라카이까지 비행기표랑 호텔 예약을 해 주셨다. 530불에 그때까지의 돈 지출은 마닐라까지 왕복 비행기값 160만원정도 밖엔 들지 않았다. 나머진 공짜로 먹고 자고 하고 있었으니... 언젠가 신세를 갚으리라 시간은 한국이 1시간 늦은데 남편이 시계를 맞추지 않아 7시 30분인줄 알고 자는 수상이 안고 내려갔는데 6시 30분이었다. 한시간은 더 잘 수 있었는데... 그 집 아이들은 8시 30분까지 등교한다고 (다른 날은 7시 15분까지 하는데 수요일만 늦게 한다고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그 집 막내 유치원 데려다 주고 큰 애둘 학교 데려다 주고 공항에 가니 9시 경 또 다시 우리만 노는구나...약간의 불안감...말을 못알아 들으면 어쩌지? 하는... 그러나 백화점 쇼핑후 대담해지긴 했다. 눈치로 알아듣고 사라면 사고 가라면 가고 그렇게 비행기를 타러 나가는데 국내선 경비행기 겨우 50여명 정도 타는 작은 비행기였다. 몸수색 그것은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특히 엉덩이와 아랫배를 스다듬는 여자의 손 그 여자 변태처럼 보였다. 온 도시 전체가 살벌한 경비 태세고 가는 곳곳마다 경비들이 마치 경찰복 같은 것을 입고 지키니 한편으론 막연한 불안감, 다른 한편으론 안도감... 몸수색을 거쳐 짐 하나 부치고 공항세 1인당 100페소씩내고 대기했다가 그동안 엽서랑 잡지 몇개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타라는 방송이 나오는데도 잡지만 고르는 남편 화가 났다. 늘 쇼핑만 신경써서 너무 짜증... 어제 백화점 가서도 난 지겨운데 이것 저것 보느라 늦장 부려서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겨우 끌고가 비행기를 타고 안전벨트 하고 이륙준비 완료! 승무원 아가씨 하나 기장 둘 1시간 30분 정도 날아서 보라카이에 갈동안 물과 과자 몇개가 나왔다. 비행기가 낡아서인지 비행을 시작하니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보라카이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레젠시호텔이라고 적힌 피켓을 보고 그 사람 따라가면 된다는 집사님의 말씀을 잘 기억하면서 아무리 찾아도 레젠시는 없었다. 같이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다 차를 타고 가버리고 우리 가족만 남았다. 무전기를 든 남자가 다가와서 어디 가냐고 해서 레젠시에 간다고 하니 무전기로 봉고를 불러주었다. 그 봉고를 타고 해변으로 나가서 배를 탔다. 해변에서 배까지 업어서 건네주는 사람들, 짐 들어 올려주는 사람들 운동화를 신고 긴바지를 입고 남편과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업히고 치마를 입고 딸딸이를 신고 간 나는 치마를 걷고 배로 올라가는 사다리까지 걸어갔다. 왠지 시커먼 남자에게 업히고 싶지 않았다. 우리 두 아이들은 안아서 배까지 올려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업어주고 안아주고 짐들어 올려준 필리핀 사람들이 죽 나와서 앞에 서 있다. 같이 탄 미국인이 알려준다.(아내는 필리핀 여자 같이 생겼다) 빨리 팁을 줘야 배에서 내릴거라고 빨리 주라고 이것이 여기의 관습이라고.. 한사람당 10페소씩 쥐어주니 다 내리고 배가 떠난다. 배에서 내리니 또 짐 들어주고 업어서 내려준다 배타는 곳보다 내리는 곳의 바닷물이 더 깊었다. 치마를 걷었지만 버릴 수 밖에 없었다.....그러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곧 말랐다. 체크인 하는데 호텔 직원이 무엇 무엇은 무료입니다 라고 설명해주고 우린 방에 올라가 짐을 풀었다. 호텔 직원에게는 팁을 주지 않아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처음엔 몰라서 팁 달라고 할때만 주자고 했다. 그러나 특별히 친절한 사람에게는 왠지 주고 싶었다. 팁이래야 겨우 10페소인데...220원. 인터불고만큼 좋은 호텔 바닥은 대리석이고 신발을 어디서 벗어야 할지가 애매모호해서 모래 묻은 신 신고 돌아다녀 온 방바닥이 다 모래투성이었다. 배가 고프니 일단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데오 구로 라는 필리핀 인이 내일 종일 스킨 스쿠버 낚시 등등 해서 일인당 30달러에 해주겠다고 따라다녔다. 흥정을 하다가 말았다. 저녁에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 사람이 사진도 찍어주고 자기도 3살짜리 아이가 있다고 했다. 뱃속에 하나 들어있고... 불쌍해 보이고 친절해서 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나가면 영이와 상이는 너무 힘들고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점심은 치킨 비프 피쉬 세개를 시켰더니 남았다. 모든 음식에는 밥이 따라 나왔다. 그러나 찰기가 전혀 없는 폴폴 날리는 밥이었다. 상이와 영이는 그 밥을 잘 먹었다. 식당 앞에서 원주민 아줌마에게 과일을 샀다. 야자수, 바나나, 망고, 새끼 탱자처럼 생긴 까먹는 것(귤맛 씨를 씹으면 너무 쓰다) 그리고 무화과 비슷하게 생긴 아무 맛도 없는 그런 과일... 음식값은 일인당 160페소 물 20페소 밥을 다 먹고 우린 호텔로 돌아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과 바다를 오가며 해질때까지 놀았다. 상이는 공기조끼 입히고 영이는 튜브를 끼고, 내가 더 많이 빌려 쓰긴 했지만... 상이가 바다에 조금씩 두려움이 없어지더니 나중에는 뛰다가 물속에서 넘어졌다. 조끼 덕에 둥둥 뜨고...놀랐나 싶었는데 오히려 자랑이다. "엄마 내 수영 잘하제? 물 속에서 숨 안슀다." 숨을 안쉬니 물도 안먹고 그래서 울지도 않고 수영장은 물이 차고 추웠다. 거기도 겨울이었기에... 들어가 있으면 괜찮은데 나오면 바람이 세게 불어서 추웠다. 그래도 수영장에서 즐겁게 놀았다. 온갖 편리함이 다 갖추어진 호텔. 그 외의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인 곳에서 모든 것을 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이 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저녁에 들어가 씻고 시장 구경을 나섰다. 걸어서 15분이란 말만 믿고 걸어가는데 상이가 업어 달라고 했다. 상이 업고 내 겉옷으로 포대기처럼 자매고 가는데 잠들었다. 고개가 자꾸 기울어지고 나를 보는 외국인 아줌마(아마 미국인인듯) 너무 불쌍하게 쳐다본다. 영이도 너무 다리 아파해서 인력거를 탔다. 자전거 옆에 매달린 인력거 시장까지 1달러 그리고 다시 호텔까지 1달러 우린 흥정해서 왕복 100페소를 주기로 했다. 자전거 바퀴가 작아서 힘들어보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모는 필리핀 인이 불쌍해 보였다. 오토바이 인력거도 있었지만 왠지 자전거 인력거를 모는 사람이 더 불쌍해 보여서 그걸 타고 갔다. 시장에서 망고와 쥬스와 과자 우유 그리고 물을 사와서 먹었다. 바다가재를 사려고 했는데 없었다. 생선이나 고기 위에 들끓는 파리떼들... 비위 상해서 재빨리 나와서 호텔로 돌아왔다. 우리는 방 안에서 쉬는데 잠시 나갔다 온 남편은 저녁으로 바다가재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내일 나가서 노는 대신 오늘처럼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놀고 그 돈으로 맛있는 것 먹자고 그래서 바다가재를 사먹으러 나갔다. 호텔에 달린 식당에서 팔았다.사서 그 식당에서 요리해준다고 한다. 바다가재 2마리 대하 20마리 어떻게 요리해줄까 하는 것 그릴에 구워달라고 하고 바베큐 소스와 칠리소스를 달라고 했다. 수프와 밥이 잘 나왔다. 물론 밥은 폴폴 날리는 것이었지만 웨이터가 밥을 들고 나타났을때 나는 우리집에 있는 전기밥솥을 그대로 빼서 들고오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밥을 많이 주었다. 우린 반도 못먹었다. 그러나 수프는 맛있어서 상이는 한그릇 다 먹고 더 먹었다. 만두같은게 들어있는 닭고기 수프 같았다. 이곳은 수프를 정말 많이 준다. 완전히 국으로 한그릇이다. 때로는 수프만 먹고나면 배가 부를 정도이다. 저녁값으로 3000페소 팁 10페소 요리도 잘 해주고 서비스 잘해주었다, 기분 좋은 식당이다. 해변을 따라 잠시 걷다가 수상이가 냉장고 붙이는 열대어 자석을 사달라고 해서 사주었는데 (7개 100페소)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두개의 자석이 떨어졌다. 물건의 조잡함... 침대는 더블 한개와 싱글 한개 침대 머리와 침대 매트리스가 분리되어 있었다. 침대 머리는 벽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침대 두개를 붙여서 넷이서 잤다. 나중에 호텔 프론트 아가씨가 어떻게 한 방에서 4명이 잤냐고 놀랐다. 청소하는 남자는 그 비밀을 알았을거야.... |
출처 : 짠돌이
글쓴이 : 짠순이되야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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