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제곱 2005. 5. 15. 12:55

토마토가 과일일까요? 채소일까요?

그건 초등학생에게나 하는 질문이죠?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는 토마토로 만든 반찬을 좋아하셨어요

물론 할아버지때부터 즐겨 드시던 음식이었죠.

 

오늘 아침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우리 딸이 인상을 찌푸리더군요

그걸 어떻게 먹냐구

 

제 입에는 너무 맛있는 요리인데 말입니다. 아마도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요?

 

요리법은 너무 간단합니다.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할때면 유난히 생각이 나죠.

몇일동안 직원 하나가 위독하신 아버지땜에 결근하는 바람에 그 일까지 대신하느라 정말 바빴거든요

 

요리법

오이랑 토마토를 썰어넣고, 고추장으로 버무림

끝입니다.

그럼 오이랑 토마토에서 물이 좀 나와서 잘 버무려집니다. 토마토의 새콤한 맛때문에 맛있어요.

상상도 못하셨던 요리법이죠? 근데 한번 시험삼아 해보세요

피로회복에 좋은 반찬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그것 하나로 밥 다 먹었어요.

 

저를 사흘동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바쁘게 했던 직원 아버지

간암이시거든요

지금도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월요일부터는 나와서 일 해달라고 했어요

의식없는 분 옆에 있어도 면회도 하루 두번밖에 안되고, 임종순간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은 생활은 해야 하지 않냐고?

 

어떻게보면 너무 비인간적인 말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희 아버지도 간암으로 돌아가셨기에, 그 과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리고 제가 계속 그 직원 대신 일해줄수 없기에, 나와서 근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희 아버지

동생네 가서 음식 잘 드시고 오셔서 몇일을 설사를 계속 하시더라구요

한의원하는 친구에게 좀 봐달라고 했더니 간쪽에 혹이 있는 것 같다고 검사를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내시경 검사 아래, 위로 두번하고 나서 결과는 간암으로 판정을 받았는데, 그 두번의 검사로 체중이 4킬로나 빠지고,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입원해서 치료를 받자고 했는데도 끝내 거부하시더라구요

일이년 더 살자고, 수술하고 싶지 않다고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검사하다가 돌아가실 것 같아서 그냥 아버지 뜻대로 해 드렸습니다.

 

판정받고 일년 반 정도 더 사시다 가셨어요.

가족중 한 사람이 그렇게 암이 걸리면, 정작 본인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기때문에 본인보다는 가족이 더 힘들죠

누구보다 배우자가 제일 힘겨운가봐요

저희 어머니 함께 체중이 줄더라구요

 

보다 못해, 제가 아버지 돌아가실때까지 같이 살자고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랑 어머니랑 저희 집에서 사셨죠.

 

환자 간병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 생각해요

결혼 후 10년동안은 오랫동안 당뇨 앓으시던 시어머니 덕분에, 병원 생활, 응급실 생활을 연중행사로 치르던 제가 그래도 아버지 간병하는게 나을것 같아서 모셨어요.

남동생은 결혼한지 몇달 안되어서 그런 일을 겪었으니, 올케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시어머니 모시던 생각하니, 갓 시집온 올케에게 그 일 맡기고 싶지 않더라구요

대소변 받아내는 일, 화장실 한번 가시려고 할때마다 일으켜 세우는 일,

엄마가 저보다 체중은 많이 나가시지만, 잘 못하시더라구요

 

전 어깨너머로 간병인들이 환자들 일으키는 것 많이 보고 배웠거든요

몸을 최대한 밀착해서 안듯이 일으켜야 환자도 편하고 저도 힘이 덜 드는데, 그걸 엄마는 잘 못하시더라구요

 

마지막이 다가오면 본인도 느끼지만 가족도 느낀답니다.

있으실 동안 최대한 편하게, 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받아와서 아플때마다 드시고, 호흡이 곤란해지자 병원 응급실로 모셨어요

 

임종하실때까지 응급실 생활을 했죠

처음엔 온 가족이 다 있었지만, 나중엔 제가 혼자 지키겠다고 하고, 가족들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의식도 없으신 분 옆에 온가족이 다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죠

 

이틀밤을 응급실에서 별별 환자들 다 보며 밤새우다 결국 아버지께선 하늘나라로 가시고, 그제서야 집에 전화해서 모두들 오라고 했습니다.

 

응급실에 보호자로 있기가 울 엄마에겐 너무 힘든 일일것 같아 우겨서 결국 임종은 제가 지켰죠.

 

직원 아버지 작년에 간암으로 한번 위기를 넘기시고, 이번에  두번째인데, 그 심정 그 마음 이해는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누구 한사람만 지킨다면, 다른 사람은 평소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 사회는 임종의 순간만 기다리며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때로는 냉철한 판단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울 엄마는 늘 제가 못마땅하시죠. 인정머리 없다고 말씀하시곤 해요.

제가 생각하는 정이라는 것은 그런게 아닌데 말입니다.

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데, 맺고 끊는 것을 너무 잘 해서, 남들 눈에는 그렇게 안비치나봐요.

 

오늘따라 유난히 아빠가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