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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8탄 아들 녀석 이야기)

생각제곱 2005. 5. 17. 22:26

리플달린 글들 읽다가 생각나서 하나 올립니다.

왼손 엄지 손가락 불편하지만, 반깁스라 풀고 그냥 칩니다.

왼손엄지가 자판치는데는 필요없는 손가락이네요.

너무 너무 감사하는 순간입니다.

 

사실은 머리 감으려고 깁스 풀었다가 글 너무너무 쓰고 싶어서요

이러다 중독되는 건 아닌지???

 

때로는 글을 쓰고 싶어도 이야기거리가 없어서 못쓸때도 있는데, 오늘 보니까 꼭 이 이야기만큼은 하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요.

 

첫아이에 비해 둘째는 공부에 신경을 안썼더니 아직도 동화책 혼자서 못읽는답니다.

7살인데 말입니다.

올해안에 스스로 동화책 읽히기가 제 목표입니다.

 

제가 어떻게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쓰겠습니다.

 

처음에 공부를 시키려고 붙잡아 앉혔더니 집중시간이 5분을 넘지 못하더라구요

동화책을 읽히며 따라읽으라고 하니까 첫애는 글자를 보며 따라읽었었는데, 둘째는 그림만 보며 내용을 듣습니다.

 

절대로 글자를 안봐서 낱말카드로 통문자 학습 시키는데, 단어 나올때마다 연상되는 생각들을 얘기하느라 제 의도와는 다르게 자꾸만 말을 시킵니다.

둘째는 아들이지만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때로는 시끄럽다고 제발 얘기좀 그만하라고 할때가 있답니다.

 

그런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일 너무 힘들어요

나중엔 화를 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삼십분 공부시키기까지 반년도 더 걸렸어요

 

누나 할때마다 학습지 이것 저것 바꾸어봤지만, 우리 아들 녀석 저만큼 잡아주는 선생님이 없었어요

아이에게 후달린다고 하나요?

아이 말 받아주고 놀다 가시죠.

 

제가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담당 선생님께서 "저도 도저히 수업이 안될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대답할만큼 산만(???)한 아이였어요

 

근데 지금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새로 옮긴지 한달이 안되었어요) "상이가 공부하는 것 너무 좋아해요" 라고 할만큼...

물론 그 전 과정을 모른채, 지금 현재만 보니까 그렇겠죠?

어쨌거나 성공한 것 같죠?

 

몇달전에 서울에 놀러간적이 있어요

KTX라는 것도 한번 타보고 싶고, 서울도 보여주고 싶고 해서

서울역에 내려서 제일 먼저 본게, 바로 노숙자들이었습니다.

 

남대문 시장 가려고 지하도를 건너는데, 이불깔고 누워있더라구요

밥차 왔다면서 밥 받으러 가서 줄서는 노숙자들...

 

우리 아이들도 무서워했지만, 솔직히 저도 무서웠습니다.

대구에는 그런 모습 볼 수 없거든요

육교나 지하도 내려가는 길에 소쿠리 하나 두고 엎드려있는 사람이 고작일뿐, 땅바닥에 이불펴고 누워있는 모습은 아직 저는 대구에선 보지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했죠

지금 공부 많이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저렇게 살게될지도 모른다고,

어른이 되어서 좋은 집, 좋은 차 가지려면,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제가 너무 심하게 얘기했을지도 모르지만, 큰 딸아이와는 다르게 작은 아들녀석 그 말에 충격을 받았나봐요

그 이후로는 공부는 하기 싫지만, 해야 하니까 할꺼야 라고 말합니다.

물론 태도도 많이 바뀌었고, 요즘은 글자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구요

 

어린이집 보낼때마다 그날 해야할 분량만큼 가방에 넣어줍니다.

그럼 집에 올때는 다 해와요

물론 저대신 선생님께서 잘 가르치시나봅니다.

 

요즘은 제가 가르칠게 없어서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우리 애가 동화책 읽을만큼 한글을 깨우치면 그때부터 영어 시키려고 생각해요

 

수학은 첫아이와는 달리 좋아하고 소질도 있어보여서 매일 유치원에 한권씩 보냅니다.

기탄수학 일주일치 분량을...

때로는 다 해오고 때로는 이틀정도 걸려요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죠

 

오늘 제가 하고 싶어한 말의 요지는 바로 이겁니다.

아이에게 무얼 시킬까? 엄마의 생각대로 아이를 끌고가시기 이전에

아이에게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시는 것

 

아이를 학원에 등록하시기 이전에

아이 스스로 이 학원에서 내가 열심히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도록 하시는 일

 

그것이 제일 중요하답니다.

 

학원, 그리고 과외,

그것도 비싼 과외하는 학생들중에 이런 의지가 없이

엄마가 시키니까 억지로 하는 애들

 

엄마들은 돈주고 하루 몇시간씩 공부하고 오니까 됐어 라는 자기만족을 얻고

애들은 오늘도 몇시간 공부했으니까 엄마 눈치 안봐도 되겠다 라는 생각, 또는 오늘할 일은 다 했으니 푹 쉬자는 자기만의 생각

 

그것 때문에 돈버리고 시간버리는 거랍니다.

 

과외선생 입장에서 보면

"이 애는 어딜가나 돈버리고 시간버릴 애니까 어짜피 버릴 돈 내게 버려라" 그러고는 데리고 놉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런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많답니다.

 

열명중 두명 정도가 스스로 열심히 하는 아이라면 열명중 여섯명은 시키니까 그것만은 한다는 아이, 나머지 두명은 엄마와 아이의 자기만족 이상의 것은 못얻는 아이,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 마지못해 공부하는 아이랍니다.

 

내 아이가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잘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아이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꿈과 비젼을 심어주시고,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자주 이야기해주십시오.

 

삼년후, 십년후, 그리고 이십년후를 생각하며, 오늘 싫어도 내일을 위해 참을 줄 아는 아이로 키워주십시오.

수학 한장 더 시키고 영어 단어 한개 더 외우게 하는 것, 당장의 성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상실케 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만 두십시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는 일

그것이 부모님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