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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14탄, 해도 해도 안되는 아이)

생각제곱 2005. 6. 2. 08:40

과외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 중에서 해도 해도 안되는 아이를 만난적이 몇번 있습니다.

아마 내가 엄마였다면 속이 더 터졌겠죠?

끝없는 인내를 가지고 하나 하나 해 줘야하는 아이를 만날때,

전 한숨 한번 쉬고 다짐 한번 더 하죠

 

"이 애에게는 내가 마지막 선생님이야.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나처럼 인내로 못가르칠거야. 참고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자. 바위에 글자 새기듯이..."

 

같은 말을 서른번이라도 반복해줘서 외울 수 있도록 해야겠죠?

 

부모님이 공부를 못하셨느냐? 절대 아닙니다.

아빠는 대학 교수님이셨고,엄마는 대학병원에서 수간호사까지 하신 분이었는데,

 

중학교 1학년때부터 과외를 시작한 애가 인문계 갈 실력이 안되니....

 

그래도 그 애는 단순암기라도 잘 했기에, 응용부분 빼고 거의 모든 것을 외우도록 시켜 억지로 억지로 인문계 2차 고등학교 입학시켰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이나 체육

어느 한분야 관심있어했더라면 아마 예체능을 시켰겠죠?

그러나 특별히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

어느 것이라도 특별한 애착을 가진게 없었고

 

대신 너무 착해서 시키는대로 말 잘듣고, 하라는대로 잘 했지만,

시험만 치면 해줬던 것은 어디로 날려보냈는지, 점수는 늘 기대치이하로 나왔죠.

 

저도 저지만, 그 어머니의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런 자식 맡겨놓고, 선생님 속 다 탄다고, 좋다는 선물 다 해다주고

심지어 지리산까지 가서 고로쇠물 사와서 주시더라구요

 

물 마시고 건강하게 자기 아이 잘 가르쳐달라고...

 

그런 정성들을 보면서 어떻게 애가 빨리 못알아듣는다고 화를 낼 수 있겠어요?

내가 화내면 아이는 더 불안해서 공부를 못하고

사내 아이였는데, 숫기라곤 하나도 없이

정말 법없이도 살것같은 그런 착한 아이였는데

 

다만 공부에 소질이 없어서, 취미가 없어서,

본인도 얼마나 괴롭게 공부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공부 좀 못한다고

과감하게 공부 포기하자 라고 할 용기 있는 분 과연 얼마나 되실까?

 

해도 해도 기대한 만큼 성적이 안오르는 아이

언제나 1등 둘러리밖에 못서는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학교 다닐때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 수밖에 없으니...

 

때로는 그 아이들 머리속은 어떤 생각들로 차 있을까? 궁금해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시켜보기도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 또한 별다른 시원한게 없죠.

 

전 요즘도 고민이 있어요

작년에 제가 마지막으로 가르쳤던 아이였는데 지금 중1

 

중학생이 되니까 불안해서 안되겠다고

남들처럼 종합학원 보내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언제나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는 편이라 그러시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2월부터 종합학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학교 마치고 바로 가면 밤 10시 넘어야 집으로 오는 고달픈 생활을 몇달하고

얼마전 중간고사 성적을 받았나봐요

 

영어 60점 수학 10점 받았다며 제게 상담을 요청하셨더라구요

 

그 얘기 들으며 제 머리속의 솔직한 생각들...

 

"그때 종합학원 보낸다 할때 이런 결과 예상했었는데, 붙잡고 내가 계속 가르쳤더라면 이 점수보다는 나았을테지만, 어쩌면 다행일수도,

자식의 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하셨을테니..."

 

그러나 저는 이제 과외 완전히 안하기로 결심한터라, 다시 해 주겠다는 말씀은 못드리고 다른 잘할만한 사람 추천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작년까지 그 애 가르칠때 매일 매일 봐줬었어요

그래도 안되는데, 주1,2회 과외론 돈만 버리죠

 

정말 해도 해도 안되는 아이는 시간투자밖에 없습니다.

남들 한시간 할것 이런 애들은 세시간 네시간 붙잡아두고 시켜야 겨우 같은 양을 따라하거든요

 

끝없이 기다리며, 그래도 그날 그날 목표치 다 채우도록 해야 평균점수 정도 받을까 말까?

 

같은 문제를 수없이 반복해 머리속에 새겨주어야 하는 아이

오직 시간투자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과외선생을 구할 수 없다면, 부모인 내가 직접 할수밖에요

 

사회도 같이 외우고, 영어 단어도 같이 외우고, 수학도 같이 풀고,

그래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신 많은 엄마들을 만나면서,

저것이 자식사랑이구나 수없이 느꼈기에

 

만약 내 아이가 해도 해도 안되는 아이라 하더라도

저 역시 그 부모님들과 똑같은 인내를 가지고,

학교 더 다니지 못하게 될때까진 같이 공부할것 같습니다.

 

수학을 무지 잘한 학생이 있었어요

경주에서도 경주여고 들어가고 대학은 교대 들어간 여학생

고등학교때 경북에서 수학 2등한 아이였어요

 

그 아이 계산은 정말 정말 빨랐는데, 그 아이가 공부한 방법은

초등학교 3학년때 속셈 문제집 똑같은 것 두권사서

엄마랑 매일 매일 누가 빨리 푸나 내기하며 풀었다네요

 

엄마보다 속도가 빨라질때까지 그렇게 공부했었대요.

 

전 계산 늦은 제 딸아이랑 그렇게 공부못했는데, 그게 왜 지금 생각이 났는지

계산이 늦어 주산 시켰는데, 그것도 매일 매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일이더라구요

주산 연습하는 시간에 이렇게 아이랑 내기하며 문제푸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산 그만두고 속셈 문제집 두권 사러가야겠어요.

 

해도 해도 안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는게 부모의 도리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