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아파트는 약 1400여세대가 살았는데, 그런 아파트 단지가 9개나 나란히 두 줄로 서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가장 중심 사거리에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가 입점해있었고, 뒤늦게 버거킹이 들어왔다가 몇달 안되어 문을 닫더군요.
그래도 시장갈때마다 꼭 지나가야만 하는 곳에 패스트푸드점이 입점해있었고. 첫아이때 학부모회에 들어 한달에 한번쯤 모일때면 이 패스트푸드 점을 돌아가면서 이용했고, 자연스럽게 저를 따라다니던 둘째는 이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졌죠
감자튀김, 햄버거, (특히 어린이세트라고 장난감 주면서 유혹하면, 매달 그 장난감 시리즈를 사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견물생심이라고, 장보러 다닐때마다 꼭 지나가야 하는데, 늘 새로나온 장난감을 가게 문앞에 전시해두니, 보는 아이는 사 달라고 조르게되고, 또 모임때문에 그곳에 가게되면 다른 엄마들 앞에서 조르는걸 안된다 할 수 없어서...)
이사오고 나니 피자헛, 롯데리아, KFC가 걸어서 10분 거리에 떨어져있네요 시장보러 갈때도 그 곳을 거치지 않으니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 머리 속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지워졌나봐요.
이곳으로 이사온지 벌써 일년하고도 석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패스트 푸드점에 한번도 안갔습니다. 햄버거를 한번도 안먹었죠. 그런데 오늘 둘째가 그러더라구요
"엄마 케이에프씨나 햇도날도(이름마저 가물가물한가봅니다.) 에서 파는 감자 먹고 싶어."
감자튀김이 식물성 기름에 튀긴거니 어른들에게는 안좋겠지만, 성장기 어린이에겐 괜찮은 음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10분을 걸어나가서 사주느냐, 집에서 튀겨 주느냐 고민하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섰습니다.
제 발걸음은 슈퍼마켓으로... 집에 감자가 몇알 있었는데, 캐첩이 다 떨어져서요.
만들어주려면 감자를 네모나게 썰어서 물에 담가 전분을 좀 제거하고, 키친타올로 닦아 물기를 제거한 후에 기름에 튀겨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집 앞 슈퍼마켓에 감자튀김용 냉동식품이 있더라구요
냉동튀김 감자가 요즘 우리가 쪄먹는 햇감자랑 종류가 좀 다르잖아요? 훨씬 더 파삭파삭한 것이..
한봉지 2800원 주고 사왔습니다. 집에 와서 선물받은 식용유 듬뿍 붓고 튀겨주었더니 잘 먹네요 덕분에 이 더운날 땀 뻘뻘 흘리며 튀김기름 앞에서 사우나했죠. 그래도 자식이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면 흐뭇하죠.
캐첩에 소금이 많이 들어있어서 소금은 안뿌려줬습니다. 패스트 푸드점 감자튀김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잖아요?
그래도 햄버거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감자튀김만 먹고 싶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몰라요
두 아이가 먹는 모습 바라보면서, 이 곳으로 이사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패스트푸드점은 집에서 멀리 떨어질 수록 좋다."
예전에 맹자 어머니가 집을 구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요즘은 자녀들 건강 생각해서 패스트푸드점 먼 곳으로 이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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