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의 비애
아침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오늘은 이렇게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고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베란다도 엉망인데 치워야하고, 어질러진 서랍장도 다시 정리하고...
머리 속에는 치워야 할 구석 구석이 보이지만, 간단히 설거지를 마치면 출근 준비를 해야 할때,
그럴때는 나도 전업주부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것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이 늦게 마쳐지는 저녁,
아침에 나갈때는 오늘은 일찍 들어와 아이들 맛있는 저녁 해 먹여야지 라고 생각하고는 저녁밥 미리 해두지 않고 출근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게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그런 날은 저녁 먹을때가 되어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은영아, 엄마 오늘 좀 늦을 것 같은데, 수상이랑 밥 시켜서 좀 먹고 있을래? 최대한 빨리 들어갈께"
그럴때도 내가 일하는 엄마가 아니라 전업주부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슴이 아픈 경우를 몇일 전 당했습니다.
어린이집 다니는 우리 아들의 일기장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어제 선샌님한테 엉덩이를 보여주었다"
아이가 얼마나 수치스러웠으면,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그런걸 일기장에 썼을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건강검진하면서 아이들이 줄서서 엉덩이를 보여주었다고 말합니다.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아이는 대답하기를 부끄러워합니다.
혼자서 책상에 앉아 이것 저것 만들다가 스카치 테잎을 떼더니
"엄마 이런걸로 똥누는데 붙였다가 뗐어. 왜 그랬어?"
나도 처음 듣는 말이라 월요일에 어린이집 가면 물어봐야지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주일 오후
아이에게 샤워를 시키는데,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여자 고추는 왜 다르게 생겼어? (욕조 물 내려가는 구멍을 가리키며) 고추가 저렇게 쏙 빨려들어갔어" 라고 합니다.
"어떻게 알았어?"
"엉덩이 보여줄때 미주꺼 봤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더라구요
텔레비젼을 보다가 또 그 일이 생각이 났는지
"엄마 세현이가 내 엉덩이 봤으면 어떻게하지?"
남자 여자 아이들 같이 검사시켰나봅니다.
금요일 건강검진을 한다고 돈을 5천원씩 보내라고해서 보냈는데, 그날 밤부터 주일 밤까지 수시로 그런 말을 하는 아들 녀석때문에 머리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주일 낮에 어린이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아무도 안받더군요
월요일 꼭 밝히리라 결심하고 어제 아침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전에 원장이 아이들 데리러 나갔을 시간에 유치원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실습생이라면서 전화를 받더군요
그게 요즘 나온 대변검사 방법이라고 하더라구요. 어느 병원에서 나왔냐고 물으니까 보건소인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의사 선생님 세분이 나오셨다고만 하더군요
왜 그렇게 했냐고 하니까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실습생이 한 말은 그런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자 건 전화였으니, 사실 확인은 되었습니다.
전화기로 통화내용을 녹음해 뒀거든요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후에 원장을 만나러 가니 나가고 없더군요
원감에게 말했더니, 남자 여자 따로 검사하고 주의한다고 했는데, 몇명이 봤나보다라고,
서로 신체구조가 다른 것을 알기 때문에 알려주는게 좋지 않겠냐고
잘못했단 말 대신 변명을 늘어놓더라구요
화가 나는데, 원장이 아니라 듣고만 있다가 말했어요
성교육 한다고 그런것 봐도 되는건 아니라고
나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자꺼 봤는데, 넌 결혼도 안했는데 벌써 봤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어린이집이 어디 있을까?
오늘도 보내고 싶지 않은데, 아이 봐 줄 사람이 없네요.
이제 반년만 더 어린이집 보내면 학교 가는데, 또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하나?
아니면 출근할때 데리고 다니며 내가 직접 공부나 시킬까?
머리속이 계속 혼란스럽습니다.
오늘은 꼭 원장을 만나서 얘기하렵니다.
그래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면, 어디다 고발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