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맛있는 말

생각제곱 2005. 9. 1. 08:32

제가 즐겨보는 요리 프로그램이 있어요

 

빅마마라고, 푸짐하게 생기신 분이 나와서 요리 두가지 만드는 것 있잖아요?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꼭 그 분 프로그램을 보며, 머리속엔 기분좋게 생각이 많아진 상태로 잠이 들어 정신없이 꿈나라를 여행하죠.

 

그 프로그램을 본지 한참이 된 것 같은데, 아직 한가지도 따라서 요리한게 없어요.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한적보다는 별로 맛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한적이 더 많아요

 

그건 그 분이 요리를 못하셔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많이 배워오셔서 제가 모르는 양념들을 쓰거나, 아님 제가 생각하는 재료가 아니라, 뭔가 어색한 맛일것이란 선입견 때문일거에요

 

그러나 밤마다, 잠들기전에 꼭 그 분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그분이 요리하는 음식보다는 그분의 말이 더 맛있기 때문이에요.

 

저런 요리에서 어떻게 저런 말들이 나올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셨을까?

 

삶의 지혜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그분의 입담에서, 저는 항상 위축되곤 한답니다.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은근한 부담감도 생기더라구요

 

나도 저렇게 맛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부러움 가득함으로, 이 생각 저생각 하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꿈속에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거죠.

 

삶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면, 내가 무슨 글을 써야할까 하는 생각을 못하게 된답니다.

 

회사일로 처리할 일들이 좀 많이 있어서, 그리고 아이 개학 준비해주느라, 솔직히 생각없이 지낸 시간들이 많았네요.

 

내 삶의 여유를 가지고,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좀 더 가져야 할까봅니다.

 

그래서 그 분 만큼이나 맛있는 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사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