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돈과 시간)
어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상담요청을 받고 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5학년된 딸아이와 엄마를 만났어요
줄곳 잠수네 영어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원서로 된 영어 동화책 테잎과 같이 구입하여 매일 한두시간씩 듣게 하고
영어 비디오 한글 자막 가리고 보여주고
그래서 애가 대충 이해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학습지를 하고 싶다고 시켜달라고 했다고 하면서 상담을 요청했어요
아이 생각에 자기가 다른 과목은 다 잘하는데, 영어만 친구들보다 못한다고 하면서
그 어머니는 수학을 전공했는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언어보다는 수학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경시대회 나가서 일등은 못한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줄곳 회장을 맡아놓고 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시더군요
집에는 정말 책들이 많았습니다.
방마다 책장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거실에도 책장에 책이 가득하더군요
그 책으로도 모자라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이십여권 넘게 소파위에 쌓여져 있던데...
학원 한군데도 안보내고, 집에서 책만 많이 읽힌다고 하시면서 돈이 없으니 발품을 팔아서 나름대로 집에서 시킨다고
그러나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며 다른 학원다니는 애들보다 더 낫다고 자부한다구요
처음에 단어 읽는 것부터 테스트를 했습니다.
자음, 단모음은 어느정도 되는데, 장모음부터는 전혀 못읽더군요
모든 장모음을 단모음으로 읽으니...
파닉스 규칙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단어를 외우는 것도 읽는대로 쓰는것이 아니라 "kite 케이 아이 티 이" 이런 식으로 외우더군요
수학 경시대회 나갈 실력이 있는 아이 정도라면, 파닉스 두세달만 가르쳤으면 훨씬 잘 했을텐데 말입니다.
동화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독해를 시켜봤습니다.
정확한 구문 이해는 되지 않고 대충 해석을 하더군요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상상력으로 해석을 하는...
지극히 위험한(제가 보기에) 상태였어요
동화책이나 비디오는 그림으로도 충분히 이해를 하니까 그렇게 하며 넘어가도 되었겠지만, 한국의 학생들 앞에는 늘 시험이 존재하니까 언제까지나 그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 어머니 말씀대로 아이가 언어에 소질이 없는것같았어요
보통 소질있는 아이들은 하루 두시간씩 비디오만 봤더라도 말하기 듣기는 터득이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잠수네로 성공한 아이들처럼...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공부하면 좋겠다는 말만 남기고 긴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의 고집으로 아이를 지름길로 인도하지 못하고 여전히 안개속을 헤매게 한다는 생각에...
학습지가 비용이 너무 비싸서, 그냥 계속 동화책을 구입해서 발품팔아가며 공부를 시키겠다는 말을 하는데, 아마도 아이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상담을 요청한 듯 싶었습니다.
삼사년만 제대로 방향을 찾아서 공부를 시킨다면 적어도 수능영어만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텐데, 그 많은 시간을 불필요한 것들에 할애하느라 정작 해야할 것은 하지 못하는 아이가 참 안되어 보였습니다.
공부 방법을 알아도 게을러서 못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함과 끈기를 가진 아이인데, 엄마가 잘못 인도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곳에 시간을 버리고 있는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돈은 좀 버린다해도 또 벌고 아껴쓰면 되지만,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돌이킬수도 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데,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버리는게 너무 안타까웠지만 제 아이가 아니니 어쩌겠습니까?
제가 잘하는게 있다면 아이들을 만나 이삼십분만 테스트하고 얘기해보면 현재의 상태와 미래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영어랑 수학은...
그 다음부터는 그대로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지만 말입니다.
가끔씩은 이런 농담을 합니다.
"대구역 앞에 자리펴고 앉아서 복채 받아 돈벌어볼까?" 하고 말입니다.
제게 푸짐한 밥 한끼만 사주시면, 누구든지 자녀 공부 컨설팅 해 드릴 수 있는데 제 제안 어떠세요?
혹시 대구 오실 일 있으시면 미리 메일 주세요
언제든지 해 드릴께요.
너무 어린 아이 말구요...적어도 초등학생 이상만 받겠습니다.
이거 쓰고보니 광고 같으네요.
제가 돈 좀 더 벌면 입시 학원하나 차릴려구요
지금의 이 소질과 능력을 살려서, 학원 상담교사 하면 장사 잘 하겠죠?
근데 지금은 밑천이 없어서...
여러분
적어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돈보다는 시간을 먼저 잡으십시오.
지름길이 있다면 돈이 좀 들더라도 그 길로 가도록 해 주십시오.
전 그렇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