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헌책방의 추억

생각제곱 2005. 12. 15. 08:31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서점보다는 헌책방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새책 사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거나 학교 앞에 가야 했지만, 우리 동네엔 헌책방이 두군데나 인접해 있었고,

 

시간날때마다 헌책방 쇼핑하며, 필요한 책들을 구경하고,

또 큰 맘 먹고, 엄마를 졸라 타낸 돈으로 책을 한권씩 장만하고 했었다.

전과, 문제집, 그리고 빨간영어라는 정말 정말 기초적인 문법책, 그리고 사전

이 모든 것을 나는 헌책방에서 구입해서 사용했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씩 잡지책도 가서 읽고, 동화책도 읽으며 인심좋은 헌책방 아저씨덕에 어느 정도의 독서량도 채워진 것 같다.

누런 빛바랜 종이위로 아주 조그만 좀벌레들이 기어다니곤 했던 손땨묻은 책들

 

그 책들을 통해 내 지식이 쌓여져갔고, 지금은 이렇게 그 지식들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을 보면, 나에겐 헌책방도 아주 훌륭한 재테크가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지식의 축적량에 따라 월급의 많고 적음이 결정되고 있으니, 10억 만들기보다 더 소중하고 우선시되어야 할 일은 우리의 자녀들 머리속에 얼마나 많이 넣어 줄 것인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헌책방에서 산 책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갔다.

대학에 가서도 여전히 대구역 밑에 즐비해있던 헌책방을 돌며 필요한 책들을 사보았으며, 전공책은 잘 나오지 않아 복사집에서 복사해서 제본해서 애용하곤 했다.

 

아니면 선배들이 쓰던 책 빌려서 쓰고 돌여주거나 하면서, 헌책이나 짝퉁책으로 졸업까지 한 것이다.

 

대학 졸업하고 나니, 4년동안 쓴 책이 채 열권이 되지 않았다.

책 없어도 공부할 수 있던 그 옛날 시절들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 집은 정말 도서관 수준이다.

우리 집보다 더 많은 책이 있는 집들도 많이 본다.

 

아이들 동화책부터 자습서, 문제집, 잡지책들까지

어떤 집들은 책장이 모자라서 구석 구석 수북히 쌓아두기까지 하지만, 정작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에 내가 살던때처럼 그렇게 책에 목말라하지 않는 것 같다.

 

새책, 멋진 디자인, 품위있어보이는 제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이들은 지독히도 책읽기를 싫어한다.

 

너무 많아서 아쉬운게 없어서 그런 것일까?

 

요즘도 정말 알뜰하게 사시려는 분들 많이 만난다.

기탄수학 책사서 직접 가르치는 걸로도 모자라

한번으로 안되니 두번 세번 복습시키면서 지우개로 지워서도 풀리고, 검은 전기테이프로 답을 붙여서도 풀리고 그렇게 알뜰하게 시키시는 분들도 많이 본다.

 

어떻게 해서든 내 아이 머리속에 지식이란 재산을 쌓아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아닐런가?

 

오늘도 그 숙제를 끌어안고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