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38탄 큰 애 졸업식 하던 날)
그저께, 쌀쌀하다 못해 바람이 손가락을 얼릴듯 불던 날
딸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너무 추워 좁은 강당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만 겨우 들어가서 식을 하고
학부모들은 강당 복도와 5학년 교실에서 방송으로 졸업식 장면을 보면서
그래도 졸업식 송사와 답사, 시상식과 교장선생님 한말씀등
순서대로 빠짐없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 각 반에서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받으며
왈칵 울음을 쏟으시는 선생님
선생님의 눈물에 아이들도 울고, 지켜보던 학부모도 울고...
예전처럼 수업료 못내서 학교 다니기 힘든 시절도 아니고
또 중학교 진학 못하는 아이들이 있음도 아니지만
못내 헤어지기 아쉬워 나오는 눈물은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이의 눈물샘도 자극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으례히 졸업식 마치면 점심은 가족끼리 조촐한 외식을 하였을텐데,
요즘 아이들은 졸업식날 얼마씩 돈을 거둬서 자기들끼리 고기집에 가서 고기 사먹으며
헤어짐(중학교가 각각 다르게 배정되어서)의 아쉬움을 달래더군요
우리 딸은 안그럴줄 알았는데,
그 전날까지 아무말 없었는데,
친구들이 모두 간다고 하니
자기도 보내주면 안되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더군요
외할머니는 혹시라도 다음 졸업식은 못볼지 모르니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장 남기시려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추위를 뚫고 한걸음에 달려오셨는데
함께 따뜻한 밥 한끼 하러 가지 못하고
아이만 친구들과 보내고 쓸쓸히 졸업앨법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 어릴적엔
졸업식 마치고 가족끼리 중국집 가서 짜장면 한그릇 먹는 것이
최고의 호사였는데
그동안 참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해봅니다.
훨씬 더 합리적으로 바뀌어져 가는 세상
그렇다고 가족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가족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딸아이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왕따되기를 강요하는 것같아
아쉬움만 가지고 집으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친구들이랑 만원씩 내서 갈비 집가서 갈비 배부르게 먹고
노래방가서 노래 실컨 부르고 왔다고 하네요
졸업식의 신풍속도...
맞벌이부부가 많아 지면서
부모님이 참석하지 못하는 졸업식도
그리 마음아픈 졸업식은 아닌가봅니다.
당당하게 혼자서 졸업식하고
친구들과 오히려 더 즐겁게 밥먹으러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모라는 자리가 점점 더 좁아져감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