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43탄 담임 선생님과 첫 면담)
중학교 간 딸아이가 공문을 몇장 받아왔더군요
학부모회는 수요일인데, 마침 그 시간에 상담이 두 건이 잡혀 있어서 빠듯했는데, 어찌 어찌 하여 겨우 시간을 비웠습니다.
그런데 또 한장 더 가져온 공문에서는
선생님과의 면담 약속 공문이었습니다.
일주일간, 면담 가능한 시간을 적어 보내고, 불가능하면 전화통화 가능한 시간을 적어보내라는...
성질 급한 저는 받자마자 가장 빠른 시간으로 적어보냈고, 그 날이 어제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첫 면담 학부모였으리라...
교실에 가니 당번 아이들만 남아 있었고 선생님은 교무실에 계시다고 하네요
아이들과의 면담도 덜 끝난 상태에서 부모님을 만나겠다는 공문을 보내신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하다 주위의 자문을 구하니 모두 다 노골적으로 말하더군요
이 말을 솔직히 적어서 문제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만약 선생님이 책상 서랍을 조금 열어 두고 계시면 거기로 돈봉투 넣으라는 겁니다."
"액수는 십만원 현금으로 가져가시는게 좋을겁니다. 작게 자주 해야 좋은 겁니다."
"처음부터 이삼십만원씩 안줘도 됩니다. 작년에 저는 아이에게 돈봉투 안줬다가 돈 밝히는 선생님 걸려서 학년 마치는 마지막 날 우리 아이 머리가 좀 길다고 이상하게 잘라버렸더라구요"
에공 걱정 되긴 했지만, 그래도 첫날인데, 진짜 그런가 아닌가 분위기나 살펴보자 싶어서 그냥 갔습니다.
속으론 십만원짜리 봉투 하나 준비해갈까 하는 맘이 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당번 시켜서 학부모 찾아왔다고 전해달라 했더니 교무실로 오시라는 말을 다시 전해주네요
입학식때 얼굴 한번 뵌 기억을 살려 교무실로 갔습니다.
남자 선생님이라 그런지 속 마음을 훤히 읽을 수 있겠더라구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청렴결백한 선생님처럼 보였습니다.
돈봉투 준비해갔더라면 오히려 제 손이 더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이런 말 저런 말 아이에 대해 나누고, 또 우리 애 너무 예쁘게 잘 봐 주신 선생님, 그리고 공부도 잘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단 말만 남기고 빈손으로 가서 면담 잘 마치고 왔습니다.
교무실에는 군데 군데 학부모들이 많이 보였고, 면담하러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공문 주면서 면담이 꼭 필요하신 부모님만 오시라 하라 전했다는데, 아이들은 모두 다 와야되는걸로 알고 잘못 전달해서 그런지 오시겠다는 부모님이 그렇게 많았다고 하더군요
어머니회 가입 신청자도 제일 많은 반이 되었다면서 오히려 가입하셔서 많이 도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깨끗한 학교, 깨끗한 선생님 만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 아이 학교 생활 잘 적응하길 바라면서, 담임 선생님 면담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