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1/30)
마음껏 자고 일어나 머리를 감기 위해 샤워를 하고 (여긴 샤워기가 꼭대기에 부착이 되어 있어서 머리를 감으려면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음)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은 부페였고 성인 2명은 공짜 영이는 계산하고(150페소) 상이는 어리다고 공짜
밥은 버터를 넣고 볶아서 그런지 고소하고 맛있었다.
죽도 맛있었고 소세지, 베이컨, 쇠고기, 달걀찜, 화채, 쥬스
영이도 상이도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밥 잘먹고 잠 잘자고 똥 잘누고
방에 올라와 수영복 갈아입고 해변에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날리는 모래가 따갑다고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오고 상이는 울고...
할 수 없이 수영장에 갔는데 물도 차고 바람도 쎄고 마치 태풍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랑 영이는 물속에 들어가 잘 놀았다.
수영장은 반은 내 가슴 정도 깊이이고 반은 내 머리정도
너무 깊어 발이 땅에 안닿았다.
난 수영에 자신이 없으니 영이랑 튜브끼고 놀았다.
남편은 사진 찍어주고 비디오 찍어주고
점심은 바다요리 페밀리 코스로 500페소 수프와 샐러드 490페소
오징어안에 망고를 넣고 찐 것, 그리고 새우, 생선 튀김, 참치 구이...밥
점심을 먹고 나서 이번엔 해변으로 ..
상이는 긴바지를 입히고 모자 쒸우고 날리는 모래에 아프지 않게 해주고 영이는 물속에 들어가 놀 수 있으니까 자외선 차단 크림만 바르고...
난 구름이 끼었다고 얼굴에 모자 쓰고 얼굴만 자외선 차단 크림 바르고 해변에 누워서 뒹굴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가끔씩 해가 들어갔다 나왔다
해가 나오면 따뜻하고 해가 들어가면 시원하고
모래는 해가 안나와서 시원했다.
모래가 따뜻했으면 모래찜질이라도 하는데..
내가 언제 비키니만 입고 이렇게 뒹굴어 보겠나?
바로 누웠다 엎드렸다...이렇게 길고 긴 해변이 모두 내 침대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도 안났다. 그냥 평화로웠다.
보라카이란 말이 낙원이라는 필리핀말이라고 했다.
정말 내겐 낙원이었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일년에 단 일주일이라도 이렇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편안함 너무 너무 좋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여행이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해외여행이었다.
돈 더 벌어, 빚 갚고나서 해외여행 나가야지.
수영장에 달린 샤워기 두개에는 더운 물이 나와서 좀 추우면 샤워하고 또 수영장 들어가 놀고
실컨 놀다가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머리 말리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다.
여자가 뭐라 뭐라 말하는데 내일 비행기 몇시에 출발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아마 배시간 맞추어 주려고 하나보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없으니 내려가겠다고 했다.
솔직히 전화로 듣는 영어보다는 얼굴 처다보면서 듣는 영어가 훨씬 쉽다.
때로는 바디랭귀지도 쓸 수 있으니까
내려가 비행기 표 보여주고 우린 계획을 잡았다.
12시에 체크아웃 해야 하는 것이 호텔 규정이어서 그때 체크아웃하고 1시 30분에 배타고 나가도록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여권이나 지갑은 시크리트 박스에 보관하고 난 열쇠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시크리트 박스 사용은 공짜지만 열쇠를 잃어버리면 3000페소를 내어야 한다는 종이 쪼가리에 서명하고 우리는 호텔에 묵을동안 계속 그것을 사용했다.
오전에는 남자 하나가 와서 청소를 깨끗하게 해 주었다.
나가면서 청소하라는 종이를 문에 걸고 나오면 청소하고 청소하지 말라는 것 걸고 나오면 청소 안하고
그것은 참 편했다.
청소를 한 뒤로 우리는 신발을 문 입구에서 벗어두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불이 두개씩 있어서 하나는 덮고 자고 또 하나는 침대 주변에 카펫처럼 깔아두었더니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 호텔이 좋은 이유는 호텔 안에서 부터 신발 벗고 나가서 수영장 가고 해변으로 가고
맨발로 다녀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보라카이 전체에서 제일 좋은 호텔일것이다.
만약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 호텔로 갈 것이다.
방바닥은 모두 대리석 호텔 세면대의 조개모양 비누곽도 큰 조개밑에 진주같은 구슬 세개가 붙어 있어서 가지고 싶을 만큼 예뻤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런 것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이 나라 사람들을 보면 외국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딜 가나 서비스 하는 사람들은 몸에 밴 친절이 아니라 주인을 충성스럽게 모시는 종의 모습이다.
그들이 영국 미국 일본등의 식민지로 너무 오래 지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그들의 서비스를 받다보면 왕비가 되어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거지 근성이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예쁜 사람들도 많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이 여행오는 외국인들이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백인과 동양계 여성이다.
첩들도 있을 것이란 말도 있다.
필리핀 인은 남자에게 부인이 있든 말든 맘에 들면 대쉬를 한다고 한다.
신데렐라의 꿈에 젖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부자는 우리 나라에선 상상도 못할만큼 부유한 것 같고 (단독주택이 저택처럼 넓고 공원처럼 되어있다)
가난한 사람은 너무나 비참하다.
겨울이 없어서 담에 구멍이 숭숭 나도 그냥 산다.
우리 나라 전쟁 직후의 모습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비참한 것 같다.
빈부차가 우리나라보다 몇십배는 심하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너무 태웠나보다.
팔이 빨갛게 익었고 옷을 벗으면 수영복 자국이 너무 선명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목욕탕에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
저녁을 무엇으로 먹을까 고민하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
어제와 반대쪽 해변을 따라 걸으며(여긴 해변을 끼고 길이 나 있는데 어제는 호텔 왼쪽으로 가서 시장구경을 오늘은 호텔 오른쪽으로...선물파는 가게와 노전이 너무 많아.)
원주민 아이들이 큰 조개껍질을 팔았다.
한개 50페소라고 하는 것 몽땅 300페소를 주고 샀다.
그들은 영어도 못하고 계산도 못했다.
적당히 깎아서 사서 방에 와서 씻는데 벌레 껍질들과 개미가 너무 많이 나왔다.
한국에 가자마자 락스에 담궈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가재를 파는 곳이 있었다.
숯불에 구워주는 것같다.
킹크랩 한마리 돼지고기, 소세지, 그리고 물고기 한마리 (바나나 잎에 사서 구워준다고 했다) 밥 두그릇 시켰다.
알고보니 식당 이름이 한국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우리가 밥 먹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서 묶은 꼭 필리핀 남자처럼 생긴 남자가 주인이라면서 인사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경영한다는 것을 알았다.
김치가 두접시 나왔고 고추장 간장 초장이 나왔다.
밥도 폴폴 날리는 것이 아니라 찰기 있는 밥에 흑미까지 넣어서 지은 것이었다.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오랜만에 찰기있는 밥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영이도 밥 한그릇 다 먹고 한그릇 더 시켜 먹었다.
상이도 밥이 맛있는지 잘 먹었다.
1900페소 주었다.
열쇠고리랑 조개랑 목걸이를 몇개 사고 호텔로 오는데 모기에게 몇군데 물렸다.
다른 곳은 방갈로나 여관 수준이었는데 우리가 있는 곳이 가장 고급호텔이었다.
좋은 곳으로 예약해준 집사님이 감사했다.
종일 태웠더니 피곤했다.
일찍 잠듬.
여섯째날(1/31/금)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한다.
어른들 약은 아무것도 사 오지 않았느네
할 수 없이 영이 상이를 위해 병원서 지어온 약을 주었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오늘은 죽대신 오트밀, 어제 베이컨은 맛있었는데 오늘은 돼지고기를 베이컨처럼 빨갛게 만든게 나왔다.(그것 때문에 잠시 두드러기가 났었음, 그러나 심각하지 않아 곧 사라졌음) 나머지는 어제와 거의 비슷하고 밥은 새우 햄 피망을 넣어서 볶은 것이어서 더 맛있었다.
오늘은 한국인이 제법 많이 보였다. 신혼부부보다는 아들 딸 데리고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설 연휴라고 놀러온것 같았다.
나도 부유하다면 설연휴마다 보라카이에서 보내고 싶을만큼 이곳은 너무 좋은 곳이다.
여기 오니 영이나 상이가 틈만 나면 만화 영화만 보고
영어인데도 별로 안답답한지...
영이는 돌아가서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상이는 영어 옹알이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영어를 못해도 여행에는 별 지장이 없다.
얼마인지 묻고 숫자 알고 호텔 직원들 말 들어보고 예스 노 말하면 ..
외국여행 영어 몰라도 할 수 있다!!!
오전시간은 내내 호텔안에서 누워지냈다.
어제까지 너무 신나게 놀아서 많이 피곤했다.
12시가 가까워오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짐을 싸서 내려와 체크아웃하고 마지막으로 섬 이곳 저곳 다니며 아이들 사진 찍어주고 배타고 다시 공항으로 나왔다.
호텔측에서 비행기 시간 맞추어 배 탈수 있게 우리만 위해서 배를 한번 더 운행해주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봉고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공항 짐부치는 곳까지 운전사가 모든 짐 다 들어 올려주었다.
짐이 도착하니 공항 직원이 비행기표 달라고 해서 정신없이 이리 저리 시키는대로 가고 주고 그러다보니 시골역 대합실 같은 곳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유리문 안에 우리를 가두고 앞에서 총을 찬 경비가 지키고 있다.
상이는 총이 신기한지 만져보았다.
비행기 오는 시간까지 1시간 가량 텔레비젼 한대밖에 없는 곳에서 지겹도록 기다렸다.
점심을 사 먹으려고 했는데 사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상이가 밥 먹고 싶다고 하는데도 기다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마닐라 공항에서는 대기실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이 곳은 화장실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식당은 밥 시켜두면 최소한 3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니 나가서 밥먹다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밥먹겠다고 나간다면 나가게 해 줄 것인가???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비행기 타자마자 상이는 또 잠이 들고 이번에는 카스타드 같은 빵과 물 홍차를 주었다.
우린 빵을 한개씩 더 달라고 해서 더 받았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니 그나마 국제공항이라서 좀 컸다.
짐찾고 나오니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타고 6시에 회사 문닫으러 가야한다고 회사에 들렀다가 집에 가자고 했다.
피곤했지만 회사일이 우선이니 그러자고 했다.
점심 먹을 곳이 없어서 못먹었다고 했더니 회사 가는길에 졸리비라고 하는 우리나라 롯데리아 같은 곳으로 데려갔다.
치킨과 스파게티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회사가서 문닫는데 월급날이라 그런지 우린 차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회사에서 나온 언니는 다른 집에서 저녁초대를 했다고 가자고 한다.
그래서 집에 가서 그 집 아이들만 데리고 초대받은 집으로 갔다.
온 도시 전체가 교통체증에 걸려 지루하게 기다리고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지프니에 매달린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지프니는 함석 쪼가리만 붙여서 만든 짚차 비슷한 모양의 약간 더 긴차가 있는데 사람들이 탈 곳이 없으면 뒤에 매달려 간다.
창문도 없고 천쪼가리를 아래 위에 철사를 연결시켜서 커텐처럼 닫게 만들고
(어떤 버스는 창문도 없었다.)
에어콘 당연히 없고 빡빡하게 남자 여자 끼여앉는데 마치 지하철처럼 길게 두 의자로 앉게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지프니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싸고 어디나 세워주고 구석 구석 들어갈 수 있어서 ..
그리고 이 나라 경찰은 지프니는 매연 단속도 안한다고 한다.
큰 차나 비싼 차는 단속해서 걸리면 경찰이 "돈이 없어서 잡았다"고 돈을 요구한단다.
부정, 부패, 뇌물, 팁 문화의 나라,
그러나 철저한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맘에 안드는 노동자 내보냈다가는 난리가 난다고 한다.
더 특이한 것은 이 나라 법은 어느 곳이나 집을 지어서 1년 반만 살면 주인도 쫓아낼 수 없는 법이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받은 집에 가서 우리는 저녁을 대접받았다.
그 사람과 사업구상을 하기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이미 남편은 같이 골프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힌 후였다.
늦은 점심으로 느끼한 것을 먹은 뒤라 김치와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었다.
영이도 김치와 밥을 잘 먹었다.
상이는 여전히 김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시내에서 좀 떨어진 마을에 사는데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중학생 딸은 중국인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중국어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아이들과는 영어로 말하는데 영어를 잘 말했다.
아이들이 이곳으로 온지 오래되어서 그런가보다.
ISM이 너무 비싸서 못가는 아이들은 화교학교에 다닌다.
거긴 한달 수업료가 8만원 정도였다.
거의 10배이상 싸지만, 그래도 필리핀 공립학교보단 비싸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화교학교도 못보내 필리핀 공립학교에 보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곳은 임금 자체가 싸기 때문에 돈을 벌기가 힘들고 특히 유학온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는 꿈도 못꾼다고 한다.
해봤자 시간만 버리니까...
집이 커서 그런지 식탁도 컸다.
동보성(파크호텔 중식당)에서 보는 그런 식탁이었다.
유리 탁자인데 중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유리접시가 또 있었다.
완전히 중화요리집에 있는 그런 식탁이다.
아마 10인용은 될 듯 아주 컸다.
바닥은 타일이었는데 우리 나라와 달리 온도 변화가 많지 않은데도 타일이 잘 일어난다고 한다.
기술력의 차이일까?
어느날은 자다가 타일이 딱 하고 일어나서 중간으로 쌓이는데 산처럼 쌓이더란다.
몇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손님이 오셨을때 그런 일이 있어서 손님은 지진이 일어나는 줄 알고 놀랐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한번은 자는데 바로 아래서 타일이 일어나서 등을 쳤다는 말도 들었다.
그 소리 듣고 솔직히 너무 너무 우스웠다.
딱 하고 타일이 일어나면 일거리가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고 그 분은 고생담을 얘기하는데 난 왜그리 우스웠는지...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저녁만 먹고 망고 깎아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다.
보라카이에 다녀온 짐정리는 내일로 미룸.
마음껏 자고 일어나 머리를 감기 위해 샤워를 하고 (여긴 샤워기가 꼭대기에 부착이 되어 있어서 머리를 감으려면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음)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은 부페였고 성인 2명은 공짜 영이는 계산하고(150페소) 상이는 어리다고 공짜
밥은 버터를 넣고 볶아서 그런지 고소하고 맛있었다.
죽도 맛있었고 소세지, 베이컨, 쇠고기, 달걀찜, 화채, 쥬스
영이도 상이도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밥 잘먹고 잠 잘자고 똥 잘누고
방에 올라와 수영복 갈아입고 해변에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날리는 모래가 따갑다고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오고 상이는 울고...
할 수 없이 수영장에 갔는데 물도 차고 바람도 쎄고 마치 태풍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랑 영이는 물속에 들어가 잘 놀았다.
수영장은 반은 내 가슴 정도 깊이이고 반은 내 머리정도
너무 깊어 발이 땅에 안닿았다.
난 수영에 자신이 없으니 영이랑 튜브끼고 놀았다.
남편은 사진 찍어주고 비디오 찍어주고
점심은 바다요리 페밀리 코스로 500페소 수프와 샐러드 490페소
오징어안에 망고를 넣고 찐 것, 그리고 새우, 생선 튀김, 참치 구이...밥
점심을 먹고 나서 이번엔 해변으로 ..
상이는 긴바지를 입히고 모자 쒸우고 날리는 모래에 아프지 않게 해주고 영이는 물속에 들어가 놀 수 있으니까 자외선 차단 크림만 바르고...
난 구름이 끼었다고 얼굴에 모자 쓰고 얼굴만 자외선 차단 크림 바르고 해변에 누워서 뒹굴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파란 하늘도 보이고 구름도 보이고 가끔씩 해가 들어갔다 나왔다
해가 나오면 따뜻하고 해가 들어가면 시원하고
모래는 해가 안나와서 시원했다.
모래가 따뜻했으면 모래찜질이라도 하는데..
내가 언제 비키니만 입고 이렇게 뒹굴어 보겠나?
바로 누웠다 엎드렸다...이렇게 길고 긴 해변이 모두 내 침대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도 안났다. 그냥 평화로웠다.
보라카이란 말이 낙원이라는 필리핀말이라고 했다.
정말 내겐 낙원이었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일년에 단 일주일이라도 이렇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편안함 너무 너무 좋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여행이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해외여행이었다.
돈 더 벌어, 빚 갚고나서 해외여행 나가야지.
수영장에 달린 샤워기 두개에는 더운 물이 나와서 좀 추우면 샤워하고 또 수영장 들어가 놀고
실컨 놀다가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머리 말리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다.
여자가 뭐라 뭐라 말하는데 내일 비행기 몇시에 출발하냐고 묻는 것 같았다.
아마 배시간 맞추어 주려고 하나보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없으니 내려가겠다고 했다.
솔직히 전화로 듣는 영어보다는 얼굴 처다보면서 듣는 영어가 훨씬 쉽다.
때로는 바디랭귀지도 쓸 수 있으니까
내려가 비행기 표 보여주고 우린 계획을 잡았다.
12시에 체크아웃 해야 하는 것이 호텔 규정이어서 그때 체크아웃하고 1시 30분에 배타고 나가도록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여권이나 지갑은 시크리트 박스에 보관하고 난 열쇠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시크리트 박스 사용은 공짜지만 열쇠를 잃어버리면 3000페소를 내어야 한다는 종이 쪼가리에 서명하고 우리는 호텔에 묵을동안 계속 그것을 사용했다.
오전에는 남자 하나가 와서 청소를 깨끗하게 해 주었다.
나가면서 청소하라는 종이를 문에 걸고 나오면 청소하고 청소하지 말라는 것 걸고 나오면 청소 안하고
그것은 참 편했다.
청소를 한 뒤로 우리는 신발을 문 입구에서 벗어두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불이 두개씩 있어서 하나는 덮고 자고 또 하나는 침대 주변에 카펫처럼 깔아두었더니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 호텔이 좋은 이유는 호텔 안에서 부터 신발 벗고 나가서 수영장 가고 해변으로 가고
맨발로 다녀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보라카이 전체에서 제일 좋은 호텔일것이다.
만약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 호텔로 갈 것이다.
방바닥은 모두 대리석 호텔 세면대의 조개모양 비누곽도 큰 조개밑에 진주같은 구슬 세개가 붙어 있어서 가지고 싶을 만큼 예뻤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런 것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이 나라 사람들을 보면 외국인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어딜 가나 서비스 하는 사람들은 몸에 밴 친절이 아니라 주인을 충성스럽게 모시는 종의 모습이다.
그들이 영국 미국 일본등의 식민지로 너무 오래 지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한다.
그들의 서비스를 받다보면 왕비가 되어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거지 근성이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예쁜 사람들도 많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이 여행오는 외국인들이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백인과 동양계 여성이다.
첩들도 있을 것이란 말도 있다.
필리핀 인은 남자에게 부인이 있든 말든 맘에 들면 대쉬를 한다고 한다.
신데렐라의 꿈에 젖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부자는 우리 나라에선 상상도 못할만큼 부유한 것 같고 (단독주택이 저택처럼 넓고 공원처럼 되어있다)
가난한 사람은 너무나 비참하다.
겨울이 없어서 담에 구멍이 숭숭 나도 그냥 산다.
우리 나라 전쟁 직후의 모습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비참한 것 같다.
빈부차가 우리나라보다 몇십배는 심하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너무 태웠나보다.
팔이 빨갛게 익었고 옷을 벗으면 수영복 자국이 너무 선명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목욕탕에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
저녁을 무엇으로 먹을까 고민하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
어제와 반대쪽 해변을 따라 걸으며(여긴 해변을 끼고 길이 나 있는데 어제는 호텔 왼쪽으로 가서 시장구경을 오늘은 호텔 오른쪽으로...선물파는 가게와 노전이 너무 많아.)
원주민 아이들이 큰 조개껍질을 팔았다.
한개 50페소라고 하는 것 몽땅 300페소를 주고 샀다.
그들은 영어도 못하고 계산도 못했다.
적당히 깎아서 사서 방에 와서 씻는데 벌레 껍질들과 개미가 너무 많이 나왔다.
한국에 가자마자 락스에 담궈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다가재를 파는 곳이 있었다.
숯불에 구워주는 것같다.
킹크랩 한마리 돼지고기, 소세지, 그리고 물고기 한마리 (바나나 잎에 사서 구워준다고 했다) 밥 두그릇 시켰다.
알고보니 식당 이름이 한국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우리가 밥 먹는데 머리를 길게 길러서 묶은 꼭 필리핀 남자처럼 생긴 남자가 주인이라면서 인사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경영한다는 것을 알았다.
김치가 두접시 나왔고 고추장 간장 초장이 나왔다.
밥도 폴폴 날리는 것이 아니라 찰기 있는 밥에 흑미까지 넣어서 지은 것이었다.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오랜만에 찰기있는 밥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영이도 밥 한그릇 다 먹고 한그릇 더 시켜 먹었다.
상이도 밥이 맛있는지 잘 먹었다.
1900페소 주었다.
열쇠고리랑 조개랑 목걸이를 몇개 사고 호텔로 오는데 모기에게 몇군데 물렸다.
다른 곳은 방갈로나 여관 수준이었는데 우리가 있는 곳이 가장 고급호텔이었다.
좋은 곳으로 예약해준 집사님이 감사했다.
종일 태웠더니 피곤했다.
일찍 잠듬.
여섯째날(1/31/금)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한다.
어른들 약은 아무것도 사 오지 않았느네
할 수 없이 영이 상이를 위해 병원서 지어온 약을 주었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오늘은 죽대신 오트밀, 어제 베이컨은 맛있었는데 오늘은 돼지고기를 베이컨처럼 빨갛게 만든게 나왔다.(그것 때문에 잠시 두드러기가 났었음, 그러나 심각하지 않아 곧 사라졌음) 나머지는 어제와 거의 비슷하고 밥은 새우 햄 피망을 넣어서 볶은 것이어서 더 맛있었다.
오늘은 한국인이 제법 많이 보였다. 신혼부부보다는 아들 딸 데리고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설 연휴라고 놀러온것 같았다.
나도 부유하다면 설연휴마다 보라카이에서 보내고 싶을만큼 이곳은 너무 좋은 곳이다.
여기 오니 영이나 상이가 틈만 나면 만화 영화만 보고
영어인데도 별로 안답답한지...
영이는 돌아가서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상이는 영어 옹알이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영어를 못해도 여행에는 별 지장이 없다.
얼마인지 묻고 숫자 알고 호텔 직원들 말 들어보고 예스 노 말하면 ..
외국여행 영어 몰라도 할 수 있다!!!
오전시간은 내내 호텔안에서 누워지냈다.
어제까지 너무 신나게 놀아서 많이 피곤했다.
12시가 가까워오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짐을 싸서 내려와 체크아웃하고 마지막으로 섬 이곳 저곳 다니며 아이들 사진 찍어주고 배타고 다시 공항으로 나왔다.
호텔측에서 비행기 시간 맞추어 배 탈수 있게 우리만 위해서 배를 한번 더 운행해주었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봉고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공항 짐부치는 곳까지 운전사가 모든 짐 다 들어 올려주었다.
짐이 도착하니 공항 직원이 비행기표 달라고 해서 정신없이 이리 저리 시키는대로 가고 주고 그러다보니 시골역 대합실 같은 곳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유리문 안에 우리를 가두고 앞에서 총을 찬 경비가 지키고 있다.
상이는 총이 신기한지 만져보았다.
비행기 오는 시간까지 1시간 가량 텔레비젼 한대밖에 없는 곳에서 지겹도록 기다렸다.
점심을 사 먹으려고 했는데 사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상이가 밥 먹고 싶다고 하는데도 기다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마닐라 공항에서는 대기실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었는데 이 곳은 화장실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식당은 밥 시켜두면 최소한 3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니 나가서 밥먹다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밥먹겠다고 나간다면 나가게 해 줄 것인가???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비행기 타자마자 상이는 또 잠이 들고 이번에는 카스타드 같은 빵과 물 홍차를 주었다.
우린 빵을 한개씩 더 달라고 해서 더 받았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니 그나마 국제공항이라서 좀 컸다.
짐찾고 나오니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타고 6시에 회사 문닫으러 가야한다고 회사에 들렀다가 집에 가자고 했다.
피곤했지만 회사일이 우선이니 그러자고 했다.
점심 먹을 곳이 없어서 못먹었다고 했더니 회사 가는길에 졸리비라고 하는 우리나라 롯데리아 같은 곳으로 데려갔다.
치킨과 스파게티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회사가서 문닫는데 월급날이라 그런지 우린 차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회사에서 나온 언니는 다른 집에서 저녁초대를 했다고 가자고 한다.
그래서 집에 가서 그 집 아이들만 데리고 초대받은 집으로 갔다.
온 도시 전체가 교통체증에 걸려 지루하게 기다리고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지프니에 매달린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지프니는 함석 쪼가리만 붙여서 만든 짚차 비슷한 모양의 약간 더 긴차가 있는데 사람들이 탈 곳이 없으면 뒤에 매달려 간다.
창문도 없고 천쪼가리를 아래 위에 철사를 연결시켜서 커텐처럼 닫게 만들고
(어떤 버스는 창문도 없었다.)
에어콘 당연히 없고 빡빡하게 남자 여자 끼여앉는데 마치 지하철처럼 길게 두 의자로 앉게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지프니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싸고 어디나 세워주고 구석 구석 들어갈 수 있어서 ..
그리고 이 나라 경찰은 지프니는 매연 단속도 안한다고 한다.
큰 차나 비싼 차는 단속해서 걸리면 경찰이 "돈이 없어서 잡았다"고 돈을 요구한단다.
부정, 부패, 뇌물, 팁 문화의 나라,
그러나 철저한 민주주의의 나라라고 맘에 안드는 노동자 내보냈다가는 난리가 난다고 한다.
더 특이한 것은 이 나라 법은 어느 곳이나 집을 지어서 1년 반만 살면 주인도 쫓아낼 수 없는 법이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받은 집에 가서 우리는 저녁을 대접받았다.
그 사람과 사업구상을 하기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이미 남편은 같이 골프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힌 후였다.
늦은 점심으로 느끼한 것을 먹은 뒤라 김치와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었다.
영이도 김치와 밥을 잘 먹었다.
상이는 여전히 김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시내에서 좀 떨어진 마을에 사는데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중학생 딸은 중국인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중국어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아이들과는 영어로 말하는데 영어를 잘 말했다.
아이들이 이곳으로 온지 오래되어서 그런가보다.
ISM이 너무 비싸서 못가는 아이들은 화교학교에 다닌다.
거긴 한달 수업료가 8만원 정도였다.
거의 10배이상 싸지만, 그래도 필리핀 공립학교보단 비싸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는 화교학교도 못보내 필리핀 공립학교에 보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곳은 임금 자체가 싸기 때문에 돈을 벌기가 힘들고 특히 유학온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는 꿈도 못꾼다고 한다.
해봤자 시간만 버리니까...
집이 커서 그런지 식탁도 컸다.
동보성(파크호텔 중식당)에서 보는 그런 식탁이었다.
유리 탁자인데 중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유리접시가 또 있었다.
완전히 중화요리집에 있는 그런 식탁이다.
아마 10인용은 될 듯 아주 컸다.
바닥은 타일이었는데 우리 나라와 달리 온도 변화가 많지 않은데도 타일이 잘 일어난다고 한다.
기술력의 차이일까?
어느날은 자다가 타일이 딱 하고 일어나서 중간으로 쌓이는데 산처럼 쌓이더란다.
몇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손님이 오셨을때 그런 일이 있어서 손님은 지진이 일어나는 줄 알고 놀랐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한번은 자는데 바로 아래서 타일이 일어나서 등을 쳤다는 말도 들었다.
그 소리 듣고 솔직히 너무 너무 우스웠다.
딱 하고 타일이 일어나면 일거리가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고 그 분은 고생담을 얘기하는데 난 왜그리 우스웠는지...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저녁만 먹고 망고 깎아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다.
보라카이에 다녀온 짐정리는 내일로 미룸.
출처 : 짠돌이
글쓴이 : 짠순이되야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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