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전 겨울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주먹만한 눈뭉치로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겨울이 먹고 싶은 날 꺼내 시원한 생수에 하얀 눈가루를 뿌리고 동그란 호떡처럼 부쳤다 젓가락질 한 번에 파도가 부서지고 젓가락질 두 번에 바다 내음 보인다 내가 쓴 시 2015.10.12
낙엽 비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서글퍼 보임은 세상을 많이 살아서이고 소담히 모여있는 낙엽이 아름다움은 삶에 쉼표가 되어서이고 바람에 구르는 낙엽에 웃을 수 있는건 사춘기 소녀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시 2015.10.12
복숭아 쨈에 핀 곰팡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비행한다 고요가 땅 위로 내려앉으면 색색의 낙하산이 무음의 착륙을 시작한다 촉촉한 무인도 여기저기 뿅 뿅뿅 물방울 같은 포자가 터진다 솨아아 퍼지는 분홍 향기에 하얀 꽃이 소복이 피어오른다 내가 쓴 시 2015.10.12
별똥별 태양의 강한 힘에 이끌려 혜성이 품은 숱한 암석들의 먼지 꼬리와 작은 별들이 부딪히며 생긴 조그만 파편들이 우주에서 유랑한다 푸른빛을 반사하는 지구로 떨어진 수많은 별똥별들은 밤하늘을 재빠르게 유영한다 찬바람이 달음박질치는 새벽 깜깜한 동쪽 하늘로 翬 휘 유성우가 .. 내가 쓴 시 2015.10.12
신의 뜨개질 그는 알록달록한 실로 생물계를 짠다 한 코 한 땀 얽어서 공생 그물을 만든다 아가미 없는 해삼 코에 숨이 고기를 걸고 앞 못 보는 새우 코에 고비 물고기를 걸어 그물 한 자락을 짜낸다 태평양 거슬러 알래스카 강가에 이른 연어는 알 낳을 그늘을 주는 나무와 그물코를 만들고 부지런한 .. 내가 쓴 시 2015.10.12
강화도 자색 고구마 가녀린 줄기에 연녹색 이파리 소금바람 속에서 이리휘청 저리휘청 우주에서 타오르던 태양을 사모해 빨간빛 파란빛 엽록소에 고이 모셔 변검술을 보여준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싱싱한 호흡과 선남선녀들의 달콤한 속삭임과 어깨 쳐진 아버지의 깊은 한숨까지 넉넉한 품에 담아.. 내가 쓴 시 2015.10.12
팔우정 해장국 팔우정 할머니가 보글 보글 끓여주는 뜨거운 뚝배기에는 온 바다가 담겨 있다 차가운 동해바다 곱쟁이에 낚여 하얀 눈발 위 세찬 바람맞은 북어와 황토 빛 서해바다 그물망에 잡혀 자갈밭에 누웠던 빨간 새우와 물살 빠른 남해바다 헤엄치던 멸치가 다시마 이불 덮고 서로 엉긴다 석굴암.. 내가 쓴 시 2015.10.12
미용실 풍경 머리카락에 파마약을 묻히고 선풍기처럼 빙빙 돌아가는 열판 밑에 무료하게 앉아 소리로 퍼즐 놀이를 한다 음악소리에 묻힌 드라이어 소리 바닥에 떨어진 머리칼을 쓸어 담는 빗질소리 찹쌀떡 한입에 구겨 넣고 우걱우걱 씹어대는 사내의 쩝쩝 소리 소리들 사이에서 의미가 들린다 사장.. 내가 쓴 시 2015.10.12
수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등교하는 남자아이 달성공원 벤치에서 지팡이 쥐고 따뜻한 햇볕 쪼이는 할아버지 오지않는 손님 기다리며 먼지쌓인 물품 계수하는 가게 아줌마 그들이 걸어가는 시간은 등차수열 신호대기 시간에 아이라인 그리며 출근하는 아가씨 등교시.. 내가 쓴 시 2015.10.12
이 빠진 대접 이 빠진 대접에 거품을 듬뿍 묻히고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씻고 또 씻는다 뜨거운 인내로 일평생 귀한 대접 받다 이 하나 빠졌다고 밑바닥에 구멍 내고 마당으로 내쫓을 순 없잖은가? 상 위에 올린다고 호통치던 이 빠진 호랑이도 사라지고 거품으로 지워지지 않는 세월을 이 빠진 나와 .. 내가 쓴 시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