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팔우정 해장국

생각제곱 2015. 10. 12. 19:50

팔우정 할머니가

보글 보글 끓여주는

뜨거운 뚝배기에는

온 바다가 담겨 있다

 

차가운 동해바다 곱쟁이에 낚여

하얀 눈발 위 세찬 바람맞은 북어와

황토 빛 서해바다 그물망에 잡혀

자갈밭에 누웠던 빨간 새우와

물살 빠른 남해바다 헤엄치던 멸치가

다시마 이불 덮고 서로 엉긴다

 

석굴암 관광 온 아주버이는

불상 조각같은 묵 한 수저에서

메밀꽃 향기를 먹고

불국사로 가던 아지망은

뜨거운 국물에 담긴 모자반을 물질한다

 

할머니는 오늘도

바다 없는 팔우정에 바다를 담아

그리운 경주 맛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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