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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빚도 재산이다 (2탄)

생각제곱 2005. 5. 6. 23:43

전세 2천만원짜리 아파트에서 시작한 신혼, 이년마다 한번씩 전세값 올려줄때마다 전세값 올려주는 만큼재산도 불어가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전세금 인상분만큼의 재산 증식에 만족할수만은 없지 않겠어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타서 생활하다보면 그렇게밖엔 못살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구요.

아파트에 살면 아이 나이 또래 엄마들끼리 자주 만나게 되고, 사는 형편이 비슷한 터라 서로의 공감대 형성도 잘 되고
그러다보면 전세 얼마에 살고, 다음번 계약때 올려줄 전세금때문에 매달 월급에 얼마씩 적금을 들고 있다는 새댁들을 많이 보게되죠.
나도 그래야하나? 안되겠다. 돈을 좀 벌어서 내집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음뿐이지, 더 모을 돈도 없었습니다. 돈 벌러 나갈 수도 없었구요. 반찬값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생각에 과외를 시작했지만, 젖먹이가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않더라구요

결국은 현상유지만 하면서, 몇년을 살았습니다.
전세금 인상분만큼만 저축하면서요. 절약해서 살았지만, 아이에게 먹일 것 안먹일 수는 없잖아요?
젖을 먹여서 분유값은 하나도 안들었지만 대신 이유식을 고급으로 시켰습니다.

돌 전에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흰살생선 먹였어요
병어, 도미, 가자미...
소금 살짝 뿌리고 구워 살만 발라 먹였어요.

돌 지난 후부터는 등푸른 생선까지 먹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다음엔 닥치는대로 해산물로...
6살때, 우리 딸 혼자서 멍게 1KG 먹어치울만큼 해산물 킬러입니다.
지금도 해삼 만원치사면 혼자 다 먹구요, 개불도 무지 좋아합니다. 횟집에서 4마리 만원하면 칠성시장가면 9마리 만원합니다.

물론 집에 와서 직접 손질해야 하지만...(이젠 개불 손질 잘합니다. 처음엔 너무 무서웠지만, 내 아이가 좋아하니까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구요. 어머니는 위대하다가 아니라 어머니는 용감하다입니다.)
한달에 한번꼴로 전복 한마리씩 사 먹였구요, 대게도 그만 먹고 싶어 라고 할때까지 자주 사 먹였어요.

해산물 좋아하는 아이 키도 잘 크고 머리도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아직 덜 키워서 잘 모르지만... 그렇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시키려고 해도 체력이 따라줘야 하잖아요?
봄 가을로 보약 먹이는 샘치고 먹는 것 잘 먹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아낄땐 아껴도 아이가 먹는것과 여행시키는 것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그렇게 안먹습니다. 황성공원가서 호박하나 따와서 한끼 반찬 해결할 정도로, 겨우 영양실조 면할 만큼만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후라이팬에 빵 만들어먹던 옛날 생각이 나네요. 그것 따로 한번 올릴께요.ㅋㅋㅋ

전 왜자꾸 얘기가 딴데로 새나갈까요? 아줌마라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전세금이 삼천만원이 되었을때, 가진돈 다 털어넣고, 시부모님과 시누이에게 돈 빌려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두번의 실직을 경험한 남편이 더 이상 마누라의 과외에 의존해서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거죠'
심심하면 과외를 단속한다는 둥, 신고를 하고 과외를 하라는 둥, 교육 정책이 바뀔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민감해지기만 하고, 또 솔직히 장래성있는 직업은 아니지 않습니까?
시댁에서도 마누라에게 얹혀사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이 보기 뭐했든지, 돈을 빌려주겠다고 뭐든지 일을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빚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삼년이 지나도 손익분기점이 안오더라구요
처음엔 과외한 돈으로 직원들 월급주다가 나중엔 안되겠더라구요
회사를 조금만 더 키우자, 조금만 더 투자하자,

그러나 더 투자할 돈이 없었어요. 빌릴만한 돈은 이미 다 빌렸죠, 모은건 없죠. 제가 번건 생활비에 모자란 월급 주고...
빠듯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을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전세금은 묶여 있는 돈이지만, 집을 사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까 돈이 조금더 여유가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돈으로 투자하자... 잘못하면 집 날리고 월세살게 되겠지만, 잘하면 집도 얻고 사업도 키울 수 있다. 손익분기점만 넘겨보자.

전 지금도 자본 하나도 없이 먹고 살 자신이 있습니다.
제 머리속에 든 지식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과외 너무 하고 싶은 학생  만났는데, 그 어머니도 부탁 하셨는데, 정중히 거절하고 다른 사람 연결시켜줬습니다.
전 지금 과외할 시간이 없거든요. 사업도 해야 하고 내 새끼 내가 가르쳐야 할 시간이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 어렵게 어렵게 저 공부시키신 것 그것이 제게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이었습니다.
집 한채 물려주신 것보다, 언제든 먹고 살만큼 벌 수 있는 지식을 머리속에 넣어주셨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교육에는 돈을 아껴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부모님들을 많이 만났었구요.
씨프린스호라는 배 아시죠? 그 사고로 잠시 직장을 잃은 선장님 딸을 과외했었어요
그 어머님께서 제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아버님 말씀 해 주시면서 지금은 실직상태라 수입이 전혀 없다고, 그러나 비록 모아놓은 통장의 돈 다 꺼내 쓸지라도 교육은 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애 지금 과외시켜야 한다면서 잘 가르쳐달라고 하시더군요

전 그 말에 너무나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자식 교육에는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시키지도 않습니다. 처음엔 멋몰라 이것 저것 다 시켰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것이 뭔지 알고 시킵니다. 그것도 제겐 재테크입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지만, 결코 돈은 시간이 될 수 없습니다. 배워야할때,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 몇배의 노력을 해도 안될때가 있습니다.

걷지도 못하지만, 방긋 방긋 웃는 아기를 보십시오. 그 시절 다시 돌아옵니까? 그 아까운 순간 해야 할 모든 것들을 미루지말고 다 해 주십시오. 커가는 아이들, 다 크면 그만입니다.
돈은 나중에 모아도 되지만, 내 아이에게 지나가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때, 막 사춘기가 시작되었을때였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만화책이 너무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그러나 만화책을 사볼 돈이 없었어요.
빌려볼 돈도 물론 없었죠.
저희 집 형편을 알기에, 제가 참았습니다. 나중에 내가 커서 돈벌면 그땐 만화책 실컨 사봐야지.
그때까지만 참자.

그러다가 대학 졸업하고 과외하면서 만화책 정도는 사볼 여유가 되었어요
몇권을 빌려봤는데, 중학교 다닐때의 그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 당시의 감수성을 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할때는 그 단계에 맞게 해야 할 일들도 있고
그 당시에 재미있는 것들도 있고, 또한 그것들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들도 있는데,
무조건 아끼기 위해서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것들도 잃을 수 있구나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그 시기에 그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을 정도의 부모는 되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것이 지나친 낭비만 아니라면, 그것이 아이 인생에 쓸모없는 것들만 아니라면...

오늘은 자꾸 딴데로 새는군요.

전세금 빼고 대출 받아서 집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물론 전세로 살던 집보다는 평수가 조금 작은 집으로
IMF 터지고 집값 하락기를 거쳐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던 그 순간에 집을 장만했습니다.

은행 대출도 쉬웠고, 또 대출금도 많이 나왔어요
이자가 많이 나가긴 했지만, 투자해서 나온 이익을 생각하면 그 정도 이자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분양가보다 삼천만원 정도 더 주고 산 집이었지만, 사고 나서 삼천만원 정도 더 올랐습니다.
결국 전세로 그냥 살았더라면, 더 오른 삼천만원은 나랑 상관없는 돈이었겠지만,
집값이 올라준 덕분에 저는 빌린돈의 삼천만원은 가만 앉아서 상환했습니다.

그러다가 집값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 집을 팔고 똑 같은 평수의 더 싼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지금 이사온 집은 집값이 올라도 별로 안 오르고 내려도 별로 안내리는 거의 바닥시세의 집입니다.

그러나 회사가 가까워서 출퇴근 시간 매일 40분씩 벌수 있고 그 시간만큼 우리아이들 공부 더 봐줄수 있고, 출퇴근하는 기름값도 아낄 수 있고
대출금도 많이 상환할 수 있고, 이자도 훨씬 적게 나가고, 아이들 교육상 초등학교 하나 중학교 둘 고등학교 둘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집이어서 과감히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비록 지금 이 집이 더 오를 것이란 희망은 없어 보일지라도 적어도 십년 내 아이 둘 중고등 졸업시킬때까지만 살아도, 아이들에게 아침잠 10분이라도 더 자게 할 수 있고, 커가는 아이들 회사 옆에서 왔다갔다 하며 지켜봐줄 수 있어서 제겐 더할나위없는 위치의 집이었습니다.

빚도 재산이다. 맞습니다.
제가 빚을 얻을 수 있었기에 사업도 할 수 있었고, 투자도 더 할 수 있었고, 대출금도 갚아나가면서도 예전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제겐 빚이 소중한 재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때는 지금처럼 싼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같은 서민들에게도 한 단계 더 높은 생활을 보장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론 이 낮은 금리가 삼사년만 더 지속되어진다면 좋겠다는 바램이지만, 경제가 제 뜻대로 되나요?

미시경제, 거시경제, 다 배워봤지만, 아직도 제게는 경제를 읽기가 어렵기만 합니다.
빚 다 갚고나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그러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며 열심히 일합니다.
출처 : 짠돌이
글쓴이 : 짠순이되야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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