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60탄 공부엔 때가 아주 아주 중요하다)

생각제곱 2007. 4. 11. 00:10

대학을 졸업하고, 다니던 직장이 너무 너무 멀었던 관계로 그만두고 (집은 대구, 직장은 진영) 집에서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89년이었죠.

 

우리 바로 앞집에 배가 불룩한 새댁이 이사를 왔습니다.

남편은 화물차 운전을 하고, 딸 아이가 하나 있었고, 뱃속에 아이가 하나 있고

 

집을 사서 전세를 놓았다가 이제 형편이 되어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비록 15평 주공아파트였지만, 참 깨끗하게 꾸미고 살더라구요

나이는 아마 나하고 비슷하지 않았을까?

대학 나오지 않고 바로 결혼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 새댁의 삶이 참 부러웠습니다.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싶다. 란 생각을 가끔 할 정도로...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뱃속에 있던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결혼도 하고, 경주에서 4년 살다 다시 대구로 왔지만, 친정집과는 자가용으로 30-40분 거리에 살게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친정집 근처라 자주 오는 편이었고, 어느날 제게 과외를 부탁하더군요

딸이랑 아들 과외를 해 달라고

 

그래서 몇달 하다가 그만두었지만, 그 때 제 기억으로는 뱃속에 있던 아들 녀석이 영어는 좀 못했고, 수학은 잘 이해하는 편이었다고만....

 

그렇게 또 몇년이 흐르고, 또 전화가 왔더군요

아이들 과외 좀 해 주면 안되겠느냐고

 

그 전화를 받을 당시는 제가 회사일로 너무 바쁘던 때라 시간이 안난다고, 다른 사람 소개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했지만, 소개는 받고 싶지 않다면서 알아서 구해보겠다고만 하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그 후 몇년이 또 흘렀고, 뱃속에 있던 아들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달 제게 전화가 왔더라구요

아들 과외 좀 해 줄 수 있느냐고

 

그 자리에서 해 주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지난 번 거절한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그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실업계를 다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누나는 인문계 진학을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공부 시켜서 대학을 꼭 보내고 싶다고

영어 수학좀 봐 달라고...

 

영어는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었고, 그나마 잘하던 수학마저도 기초를 잃은 지 오래였습니다.

 

학교 교과서를 복습 위주로 가르쳐주고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걸 이해하지 못해 다시 가르쳐 준답니다.

그런데 하다보면 중학교 1학년때 해야 하는 유리수 사칙연산과 분배법칙도 잘 안되고

중학교 2학년때 해야 하는 연립방정식도 안되고

 

지금 하는 복소수 가르치다보면, 다시 중1꺼 가르치고 중2꺼 가르치고... 그러다 생각합니다.

 

왜 진작 공부하지 않았냐고 말 할 수도 없는 나, 내가 몇년전 전화왔을때 바쁘다고 과외 해 달라는 것 거절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을텐데, 하는 마음에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지 모릅니다.

 

그 아이가 지금 이렇게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또 학교애서 배우는 수학을 이해못해, 중학교걸 다시 배워야 하는게 모두 다 제 책임인것만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고마워하는 그 아이 엄마 얼굴을 볼때면 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수학.

 

하기 싫다고 때를 놓쳐버리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못하게 되는 과목

그래서 때가 가장 중요한 과목

 

사회. 과학 같은 것은 좀 못해도, 마음잡고 외우면 금방 따라갈 수 있지만,

수학은 어느날 마음잡고 공부하려고 보면, 너무 막막해져버리니,

다른 건 몰라도 수학 만큼은 자기 학년에서 배우는 것만큼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도록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수학에 재능도 있었고, 계산도 빨랐고, 이해력도 좋은 아이었는데,

유리수 사칙연산조차도 힘겨워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방치해두었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과외를 하진 않았지만, 이 학원 저 학원 종합학원은 다니던 아이였는데, 아마도 개인지도가 안되어서, 너무 놀아버려서 그렇게 되었던건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더하기 빼기 열심히 연습시키듯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약분 열심히 연습시키고

5학년이 되면 통분 연습 열심히 시키고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사칙연산과 방정식이 마치 초등학교 1학년때 더하기 빼기 하듯 술술 나오도록 시키고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연립방정식 줄줄 풀도록 시키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식의 전개와 인수분해 눈감고도 하도록 시켜두는 일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시켜야 고등학교 가서 맘잡고 공부좀 할려고 할때,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원둘레, 원넓이 구하는 것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그건 나중에라도 공식넣어 계산하면 됩니다.

 

그치만 더하기 빼기 못하는 것은 인수분해를 지나 미적분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연산이 수학의 전부는 아니지만, 연산은 수학의 필수조건이더군요

 

좀 빨리 계산할 줄 알면 그게 얼마나 덕이 된다구요

 

아직 계산기들고 시험치는 중고등학교는 없지 않습니까?

 

수학 싫어하는 우리 딸아이, 그냥 크면 저절로 계산 빨라지겠지, 내버려두었더니, 아직도 늦습니다.

시험 시간 모자라서 고생한번 하더니 요즘은 스스로 알아서 학습지 숙제 챙깁니다.

 

맘잡고 공부 잘 하고 싶을때, 때를 놓친 공부땜에 고생하는 일 없기를 바라며, 오늘도 아이들 챙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