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8월 15일 광복절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온다던 아들이 기특해 저녁을 맛있게 지어놓고 독서실로 아들을 마중하러 나갔습니다.
근데, 자리에 없는거에요. 공부한 흔적도 없고 책도 한권 없고
독서실 사장님께 물어봤더니 오늘은 안왔다고 하더군요.
집으로 와서 아들 책상을 다 뒤졌더니 휴대폰이 네개가 있어요
아들의 취미는 용돈으로 친구들 공폰 사 모으는 것입니다.
그쪽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공폰을 MP3로 활용하기도 하고, 몇개인지도 모를 카톡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나랑은 죽어도 카카오 스토리 공유를 안하니 도대체 뭔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나도 같은 나이대의 아줌마들보다는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를 하는 엄마인데도
도저히 아들의 머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ㅠㅠ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모든 휴대폰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했더니 안받더군요
문자로 욕 날렸습니다.
빨리 들어오라고 독서실 없는것 안다고...
그러고 화가 좀 풀릴시간인 1시간이 지나고, 아들이 들어왔어요
놀고싶었다고,
논다고 하면 엄마가 뭐라할 것 같으니까 그냥 나가 논거라고
지금까지 한번도 아들이 날 속일거라 생각 안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정말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말했죠
"너무 화가 나서 니 폰은 망치로 박살내서 버렸으니 찾을 생각 하지 마라고"
그래서 폰을 빼앗는건 성공했는데, 언제인가, 아들은 내가 숨겨논 폰을 가지고 몰래 잘 놀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빠방 따로, 우리방 따로..ㅎㅎㅎ
안방에서 중3인 아들과 대3인 딸과 나 이렇게 잠은 꼭 같이 잡니다.
아기를 둘 낳은 이후로 잠귀가 많이 밝아지긴 했지만, 아들은 날 재워놓고 몰래 폰을 가지고 놀다 늘 수면 부족인 상태로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 사실도 참 오래동안 속다가 알았습니다.
우연히 자다 일어났더니 폰을 가지고 놀더군요 밤 3시에...
아마도 엄마가 잠들길 기다렸다가 논듯..
한번은 폰을 하다 잠이 들어서 카톡을 훔쳐본 일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숨겨논 폰을 다시 찾아가지고 논걸 또 들켰을때 아들의 감성에 호소했습니다.
"심한 배반감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주절주절... "
그 말은 들은 아들의 결론은
"추석 연휴때만 폰 가지고 놀고 그 다음날부터 폰을 안가지고 놀겠다"고..
추석 연휴 내내 우린 집에서 뒹굴뒹굴 하는 가족인지라 토, 일, 월, 화, 수 4박 5일을 24시간 폰과 사는 아들을 보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내비뒀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죠.
"목욜날 보자"..
목요일 아침 등교하는 아들로부터 공폰 3개와 사용중인 폰 1개를 받았습니다.
공폰 3개는 아주 안전한(?) 장소에 숨기고 사용중인 폰은 폰가게로 가져가서 폴더폰으로 바꿨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 놈이 비번을 걸어놓아서 전화번호부를 못 옮긴다는겁니다.
계약서 쓰고, 돈 지불하고, 폰은 무조건 반납해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수차례 폰가게 직원에게 부탁한 후 아들이 집에 오면 바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오자 마자 등본 한통 들려 폰 찾아오라고 폰가게로 보냈고, 쓰던 스마트폰은 아들의 눈 앞에서 공장초기화 후 반납.
아들 손에는 게임 한개도 안들어있는 폴더폰...
돌아와서는 "내가 언제 폰을 폴더로 바꾸겠다고 했냐?"고 투정을 부리더군요
"훌륭한 우리 아들, 고딩도 아닌 중3부터 이렇게 결단을 내리다니 넌 분명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갖은 칭찬을 늘어놓아 기분을 풀어주었지만, 금단 현상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공부하긴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죠.
밤이 되자 일찍 잠이 들었어요. 다음날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자도 잠을 자는 것 같지 않다고" 그리고 그 날 저녁에는 "밥을 안먹어도 배가 안고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손에서는 폰을 놓질 못하겠고"
"심각한 금단 현상이야. 네가 폰 중독이었단게 증명이 되는거야. 일주일이면 좋아질거야" 라고 말했습니다.
두주 후엔 중간고사인데, 솔직히 마음을 비웠습니다.
폰중독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과정인데, 시험 한번 망친들...고딩이 되어 이런 일을 당했으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둘째날 자고 일어나서 하는 말
"눈 앞이 뿌옇고 희미해. 눈이 갑자기 나빠진 것 같아"
"안과 가서 검사해볼까?"
"아니. 좀 있어보고"
이 모든 일들이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어제밤에는 한시간만 스마트 폰 공기계를 주면 할게 있다면서
캐쉬 만원으로 음악을 다운받아야 하는데, 꼭 해야된다는거
제가 만원짜리 한장과 격려금으로 5천원짜리 한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통과!!!
아~~ 후딱 이 과정을 통과하고 맘 잡고 공부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하면서 주절주절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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