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나 처음으로 입은 옷은
솜털로 만든 배냇저고리였어
아빠의 힘찬 펌프질로 만든 젖을 먹고
눈을 떠보니
수 만송이의 흰 꽃들이 내 백일을 축하해주고 있었지
햇살 이유식을 듬뿍 먹고 자라
통통히 살이 오른 나는
발전소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지
사람들의 숨과 햇살을 잘 배합해
탐스런 버찌도 만들었어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니
미토콘드리아에는 관절염이 오고
엽록체에도 깊은 주름이 패였어
어제 밤에는 내리는 비에 몸을 맡기고
보도 블럭에 납작하게 스텐실되어
가로등 불빛을 덮고 잠이 들었지.
해가 뜨면 바람이 날 데려다줄꺼야.
내가 처음 온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