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엄마는 바다다)

생각제곱 2005. 7. 12. 23:19

좀 전에 메일을 한통 읽었습니다. 함께 나누려고 글 올립니다.

 

물론 제게 메일을 쓰신 님, 많이 속상하시겠지만, 저 역시 살아가면서 그런 일 당했었고, 저도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저 역시 이것이 정답이다 라고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아마도 제 글을 보시는 많은 님들이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맘대로 상상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아라

 

그런 말들 많이 들어보셨죠?

 

저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가방끈이 길고 짧고를 떠나서 자식들에겐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강요하는 부분이 무의식중에 드러나더군요.

 

얼마전 한의사인 친구랑 통화를 한 적이 있어요.

 

몇년에 한번씩 통화를 하는 중학교 동창인데... 자식 얘기를 할때마다, 영어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왔었어요.

 

이 친구가 영어에 대해 자격지심이 있는듯...그래서 아이에게 다른 과목보다 영어에 대해 엄청 투자를 하더군요

 

아직 초등학생인데, 미국 연수에, 다양한 학습지를 섭렵하고, 외국어 학원까지...

 

자기가 못한 것, 자기가 못 이룬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부모의 욕심, 마음, 그것은 이해를 하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지나치다 싶으리만큼 아이에게 기대가 크다면, 그것을 아이가 얼마나 부담으로 여길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과외한 저의 제자들, 모든 학생들이 저랑 마음이 통해서, 모두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워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아이들이 저와 마음으로 얘기를 나눴었어요

 

엄마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기대가 커서,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정말로 한손으로도 꼽을 만큼 적은 숫자였고

 

대부분은 엄마가 원하는 성적표를 얻기 위해, 때로는 컨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성적표 조작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들켜서 죽도록 혼나고...

 

엄마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 가기 싫은 학원에 가서 시간을 떼우고 오고

 

엄마 친구들에게 자식 자랑하게 해드리기 위해, 엄마 친구들과의 대화속에서 엄마 기죽게 하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이상의 편법을 생각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그래도 저에게만은 솔직하게 얘기를 하고, 또 자기 또래의 친구들에게 의논을 하고, 궁지에 몰린 쥐가 찾는 구멍을 용케도 찾아냈지만,

 

그것도 못하는 소극적이고 소심한 아이는 혼자서 고민하다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기대, 선생님의 기대가 너무 부담스러워 죽음을 택하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를 막론하고 엄마는 그 아이의 모든것을 받아주고, 들어줄 수 있는 바다가 되어야 합니다.

 

내 아이의 기쁨과 슬픔과 고민을 함께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엄마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많은 부모님들은 내가 정말 내 아이에게만은 바다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지만,

 

정작 아이는 자기 속에 있는 말을 모두 다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에게 바다가 되어줄 수 있으려면, 어릴때부터 대화를 많이 나누고,

 

아이를 혼내기 이전에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먼저 들어주고,

 

아이가 커 나가는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칠때 함께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하고,

 

성적에 상관없이 열심히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습관을 일찌감치 들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치는 날까지 전력질주 하고, 시험 후에는 엄마와 가벼운 쇼핑이나 여행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또 다시 닥칠 시험을 위해 함께 달릴 준비를 하며,

 

그 달려가는 길, 힘들고 외로운 길을 함께 달려주는 엄마,

 

어떤 결과든지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엄마,

 

그런 엄마가 되어주어야 바다같은 엄마라 할 수 있겠죠?

 

저는 올 여름 아이와 마음껏 여행하기 위해 일을 줄였습니다.

 

제가 일을 줄이면 돈이 줄지만, 아껴서라도 이곳 저곳 많이 보여주며

 

제 딸아이와는 내년에 들어갈 중학교 생활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돌아올겁니다.

 

워낙 말이 없는 아이라 속으로 삼키길 더 많이 하는 아이지만,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얘기하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사춘기의 고비를 맞기전에, 가장 힘들때 기댈수 있는 어깨는 엄마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내 아이에게만은 바다같은 엄마가 되어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