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56탄 눈이 풀린 아이들)

생각제곱 2007. 2. 22. 21:24

오늘 고등학교 수학 교사를 하시는 분의 자녀를 상담하러 갔었습니다.

아들이 지금 5학년인데, 지금까지 영어회화학원에 6년을 보냈고, 이제 일년 잘 준비시켜서 한동대 대안학교에 꼭 넣고 싶다고, 그래서 말하기 듣기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키고 싶다고 하시면서 상담을 문의하셨습니다.

 

참 영리한 아이였어요. 조금만 다듬고, 조금만 정리를 시키면 충분히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단은 일년안에 중학교 3년 과정을 다 마치게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아이의 지금 수준과 비교해서 빠르게 한다면 9개월 정도면 충분히 중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겠더라구요.

하지만 학기 중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진도나가는데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그 어머니 말씀이..

 

"우리 애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친다고 해서 문제집 한권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공부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거지 집에 와서 하는게 아닙니다."

 

대단한 철학을 가진 어머니셨어요.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그 아이 말이 수업시간에 들은 것을 모두다 외워오려고 한다더라구요. 엄마가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시니까, 공부는 무조건 학교서 다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아이 실력은 전교에서 3등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머리도 좋게 타고 났겠지만,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에 충실한 아이를 본다는 것이 참으로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구요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수업시간에 아이들 눈이 다 풀려있다고, 초롱초롱 열심히 듣는 아이들이 없다고,

그게 다 어릴적부터 학원을 너무 다녀서 이미 자신의 한계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하더군요

 

학원에서 다 배우니까 학교서는 대충 하겠다는 마음때문에, 학교 공부에 소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어머니 생각은 다르시더라구요

 

하여간 그것때문에 아들이 어릴적부터 학교서 공부를 다 해오라고 시켰고, 그래서 아들은 또 어머니 말씀을 충실하게 따르고...

 

전 딸아이를 늘 한학기씩 선행을 시켜서 보냈었는데, 혹시나 내 아이가 그것때문에 학교 수업은 대충 듣는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키운 딸아이에 비해 아들 녀석은 집에서 전혀 안시키고 보냅니다.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듣고 오도록 나도 그 어머니처럼 그렇게 초등 6년을 보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업시간에 충실하라고 가르치는 부모, 참 멋있었습니다.

늘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그럴줄 알았던 저와는 달리, 집에서는 일체 공부 시키지 않고 학교서만 충실히 하는걸로 모든 시험 준비를 마치게 하는 그 어머니의 대범함에 존경을 보내면서 그 집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