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번씩 독거노인들께 반찬을 해서 나눠드립니다.
키가 자그마한 한 할머니 댁이에요
갈때마다 제가 해 간 반찬보다 훨씬 더 많은걸 나눠주시곤 하는 분이죠
다 먹고 가길 원하시지만 배가 불러서 먹다 먹다 남기면 모조리 싸주십니다.
제가 뭐든 다 잘먹는 사람이라 거리낌없이 다 먹고 옵니다.
몇주전 할머니댁에 갈때마다 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어요
그런데, 두주 쯤 지나서 전화를 드렸더니, 병원에 다녀왔다고 하시더군요
가슴에 돌이 생겨서 내시경으로 수술을 했는데, 돌이 커서 한번에 안되고 두번이나 수술을 받았다구요
그래서 6일을 금식하고 나와서 힘이 하나도 없다구요
죽이라도 끓여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해가는 모든 반찬은 받지 않겠다고 그냥 와서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셔서
꽃도 가져가고, 때론 빈손으로도 가고 했는데
죽 먹는거 질려서 죽도 먹기 싫은데, 약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한술이라도 떠야 하니까 먹는다고 하시는 말씀에 마음이 아파서
병원 근무하시는 분께 부탁해서 그린비아 비슷한 깡통을 몇개 샀어요
영양사들은 쉽게 구할 수 있다면서 원가로 사도록 해 주겠다고 해서...
그걸 몇개 들고 어젯밤에 찾아갔더니 문을 안열어주시는거에요
"색시야, 오늘 내가 문 열어주면 또 거절 못할 것 같아서 그냥 가고 이제 오지마라
나 말고 다른 힘든 사람들 많이 도와줘라
나는 안도와줘도 된다"
워낙 완강하셔서 문고리에 가져간 깡통 걸어두고 나왔어요
"내일 아침에 나오셔서 가져가세요. 밥 드시기 싫을때 이거라도 드시고 약드세요" 라고 하면서....
2층 주택 세 얻어 사시는데, 거기서 실랑이 벌이기도 이웃 보기 좋지 않을 것 같고
또 이번 수술비가 3백만원이 나왔는데 전세금 1200만원 있던거에서 200만원 빼서 냈다고 하시면서
주인 집 가서 마루라도 닦아줘야 하는데 하는 그 말씀 듣고
집 주인 보기도 그렇고 해서....
그런데 어제는 돌아서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내가 할머니께 뭔가를 대접받기를 바라고 가던게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팔십평생을 고생하며 사셨던 할머니인데,
그냥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려니 받아주면 좋으련만
사랑은 하는것 보다 받는 것이 더 힘든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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