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민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겪는 시집살이이고, 나라고 유별나게 시집살이 더 한건 아니지만,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을까요? 전 지금 시집살이 완전히 끝냈는데, 호강에 받혀서 이런 소리 한다고 하실지도... 다 읽고 나시면 인간성 더럽네라고 하실지도 모를 일이고, 또 어쩌면 자기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수다라도 떨고나면 속이라도 후련해지겠죠? 대왕소금님 덕분에 이렇게 넋두리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또 맞장구 쳐주시는 여러 회원님들도 계셔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짠돌이 회원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결혼하면서 숟가락 하나 안 사들고 시댁으로 들어갔죠. 그게 두고 두고 욕이 되더라구요. 처음 혼수 준비하면서, 이불도 다 있고, 한복도 있고, 그냥 돈으로 교환하자 그러셔서 돈으로 오백만원 드리고 말았어요 시집이라곤 처음 가보니까 그 돈 오백만원이면, 아무것도 안사고 몸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또 말씀도 그렇게 하셨구요 산다고 해도 있던 제품 바꾸면 모르겠지만, 아직도 가구나 전자제품 다 멀쩡했으니, 크게 바꿀 필요 없겠다 생각해서, 정말 무식하게 맨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들어올 줄은 모르셨나봅니다. 우리 시어머니 시집간지 한달도 안되어 단 둘이 있게되자 저더러 그러시더라구요 "형수는 상보(밥상 덮개)도 해오고, 윷까치(윷놀이세트)도 해오고, 은수저도 해오고 뭐도 해오고, 뭐도 해오고... 옆집 며느리는 뭐도 해오고 뭐도 해오고.... 동네 사람 불러 잔치도 하고..." 그냥 듣고 흘렸습니다. 그러다가 또 몇 달있다 생각나면 비교하시죠. "누구는 어쩌고 저쩌꼬..." 그런말 들을때마다 이런게 말로만 듣던 시집살이구나 라고 생각만 했죠 친정에 말합니까? 남편에게 말합니까? 그러다 마시겠지, 신경 쓰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만 했죠. 저도 성격이 다소 직선적인데,우리 시어머니는 직선적이다 못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도 모른채 날립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한번 듣고 나면 제 가슴이 너무 너무 아픈, 그래서 오래 오래 지워지지 않는 그런 말들이요. 형님 내외도 결혼후 처음에는 6개월정도 시댁에 들어가 사셨대요. 그때는 형님도 일을 했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밥은 시어머니께서 다 하셨고, 시아버지는 며느리 구두까지 닦아 주셨다고 하던데, 저는 처음에는 음식만드는 법을 잘 몰라서 시어머니께서 아침마다 같이 해 주셨는데, 얼마 안되어서는 저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혼자 알아서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서운하긴 하더라구요 하긴 늘 저는 형님과 비교대상이었고, 우리 시어머니에게 형님은 천사였어요 늘 천사같다고 제게 말씀하셨으니까요 저는 신데렐라같은 존재??? 친정이 가난해서 혼수도 제대로 못해왔고, 과외해서 돈 번다고 아침 해먹고 청소 대충 해두고는 늘 친정으로 출근해서 저녁까지 먹고 느지막히 잠이나 자러 들어간 시댁이었지만, 생활비 명목으로 돈 한번 드린적 없었으니, 마음에 들었겠습니까? 그래도 시아버지는 절 예뻐하셨는데... 시누이들 표현에 의하면, 시아버지 성격이 다른사람에게 억수로 무지무지 잘해주고, 또 잘해주는 만큼 바라는게 많으시다고... 근데 전 원래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시아버지 녹이는 일이야 뭐... 무뚝뚝한 남편보다 시아버지가 훨씬 좋았습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께서 이런 말씀까지 하셨어요 "니 말이라고 하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양반이다. 내가 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나?" 제 말은 뭐든 다 들어주셨고, 저랑 시어머니랑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시아버지는 제 편이셨고, 또 장교로 제대하신 분이라 밑의 사람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이란 사상이 꽉 박히신 분이셨으니... 저는 원래 말을 잘 듣거든요. 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설득해서 하도록 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쬐끔 더 있을 뿐이었죠 그래서 시아버지 설득은 제게 식은 죽 먹기였어요. 영악한 며느리죠? 그게 시어머니께는 더 못마땅하셨을수도 있었을겁니다. 제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셨다는 것, 한번씩 던지는 비수같은 말에 들어있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경주로 분가를 했습니다. 남편 교통사고 덕분에, 내 가족만의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엔 참 좋더라구요. 진짜 결혼생활은 이런거구나...그 자유스러움... 그렇지만 금요일만 되면 우리 시아버지 전화오십니다. "야야, 낼 언제 올라오노? 은영이가 보고싶다." 그 전화 받고나면 마음은 더 조바심 납니다. 시아버지 기다리실텐데 빨리 가야하는데... 그렇게 해서 토요일 대구로 올라가면, 월요일 아침 일찍 경주로 다시 내려옵니다. 간다고 해도 밥해먹는 일 말고는 뭐 특별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일단 토요일 들어가서 인사하고 나면 저녁엔 아이 데리고 외출하거나 쇼핑하거나 하죠 그러나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면, 월요일 저녁이나 화요일 저녁이나,... 주로 밤늦은 시간에 전화가 옵니다. 가끔씩 "포크가 5개가 한짝인데 한개가 없다. 너거 가 갔나?" "뭐가 없어졌는데, 그거 가지고 갔나?" 그 전화 받으면 완전히 도둑놈 되는 기분입니다. 남편은 아들이라 저만큼 덜 예민하지만, 저는 진짜 기분 더러워집니다. 아무리 친정이 못살아도 내가 포크 하나 없어서 그거 들고 오겠나 싶은게, 때로는 눈물이 쏟아지고 신세 한탄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도 말은 예쁘게 하죠 "이번 토요일에 올라가서 찾아 드릴께요" 당뇨를 오래 앓으셔서 눈이 어두우신 시어머니, 싱크대 구석에 있으면 잘 못찾으니까 눈에 안보이면 다 우리가 가지고 간게 됩니다. 제가 가면 거의 100% 다 찾아드립니다. 그러나 그런 전화 받은 한주는 기분 정말 나쁘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시어머니에게 정이 가겠습니까? 당신 몸이 아프시니까 저러시겠지? 자꾸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봅니다. 참 착한 분이고,남에게 피해 주는 것 싫어하시는 분이고, 눈물도 많은 편인데, 말을 너무 아프게 하는것 때문에 정이 안갔습니다. 시어머니 관점에서보면 어쩌면 제가 나쁜 며느리죠 남편(시아버지) 사랑 제게 빼았겼죠? 막내 아들도 제게 빼았겼죠? 잘 해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한번씩 견디기 힘든 말 들으면, "차라리 우리 시어머니 말 못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가슴에 한이 되는 말씀만 안하시면, 다 좋은 분인데, 그 말때문에 시어머니가 자꾸 미워지니...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절대 저는 며느리였지, 딸 같은 대접?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늘 큰며느리와 비교 대상... 전 절대로 천사같은 며느리는 아니었거든요. 자꾸 비교하시니 어짜피 해도 칭찬못받을 것 안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안하게 되더라구요. 옆집 새댁네 시어머니는 한번씩 오시면 아들 좋아하는 반찬 만들어주시고, 곰탕이다 김치다 만들어오셔서 주고 가시면, 그 새댁은 자기가 곰탕 먹을 줄 모른다고 늘 우리에게 한 냄비씩 퍼주면서, 늘 시어머니 자랑했는데, 저는 반대로 디스크 앓으신 시어머니 힘들다고 김치 담아서 가져다 드려야 하니까, 때로는 속상하기도 했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시어머니 건강치 않다며 울 엄마 말리는 것, 제가 우겨서 갔으니까요 그래서 더 친정엄마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서러워했던 것이겠죠? 그런 생활을 다시 대구 올라올 때까지 했습니다. 대구서 생활은 다음에 써도 되죠? 오늘은 이만... |
'자식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청소 계획 (0) | 2005.05.22 |
---|---|
[스크랩] Re:악성코드 제가하는 방법 (0) | 2005.05.22 |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삼박자) (0) | 2005.05.20 |
이런 엄마들이 제일 싫더라. (0) | 2005.05.19 |
토마토 (0) | 200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