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다양한 영어요리 맛보기

생각제곱 2005. 9. 13. 10:48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늦었습니다.

동안 바쁜 일도 좀 많이 있었구요....

 

영어 때문에 벌어먹고 사는 직업을 가졌고, 또 지금 6학년인 딸아이 네돌 지나자마자 영어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공부시키고 있는 엄마이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명확히 정리되는게 없네요.

 

십오년간의 과외 경력으로 미루어, 수학은 어떤 길을 걸어온 아이건 중학교때부터 시작하면 누구라도 (지독히 이해못하는 아이만 제외하고) 기초를 잡아줄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영어라는 녀석은 솔직히 만만치 않은 녀석입니다.

제가 영어가 전공이 아니고 또 잘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 유치원 2년 보내면서 바라는 게 있었다면 모든 엄마들이 바라는 바와 마찬가지로, 발음 좀 좋아지고, 외국인을 만나도 부담없이 대할 수 있고, 정말 운이 좋아 영어로 대화라도 몇마디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어요

 

애살많은 아이 친구는 유치원 다니면서도 영어 단어 외우기를 즐겼는지, 아님 부모님이 외우도록 지도를 잘 했는지 모르지만, 같이 2년을 다니고도 영어 단어 많이 외운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우리 애가 못했으니까요. 그치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이 들어 외워도 될건데, 학교도 안간 아이 안스러워 못시켰죠.

 

1학년이 되어서 영어 유치원 졸업하면서 동네에 있는 외국어학원 세군데를 전전했습니다.

 

첫번째 학원은 다니는데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게임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칠판에 나와서 단어 빨리 쓰는팀에게 쿠폰을 주는 방식이었어요

 

우리 애는 1학년이니까 아무래도 글씨쓰는 속도가 5학년 아이에 비해 늦으니까 우리 애가 들어간 팀은 꼭 지게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우리 딸아이를 왕따시킨거죠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몇달 놀렸습니다.

영어 학습지만 계속 시켰죠. 그러다보니 원래 말이 없는 아이라 그동안 하던 말하는것도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불안감이 생기더라구요

 

다른 학원을 보냈습니다. 몇달에 한번씩 하는 참관수업에 가봤는데, 말하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아이는 서로 손들고 말을 하는 반면, 우리 아이는 워낙 나서길 좋아하지 않고 내성적이라 선생님이 질문하면 대답하지만 먼저 손들고 하려는 의욕이 없더군요

 

결국 말하기 좋아하는 아이들 둘러리만 서주는 격이다 싶어서 어짜피 말 안하고 듣기만 하러 학원 다닐거면, 영어 학습지 하면서 매일 테잎 듣는거나 뭐가 다를까 싶어서 또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또 몇달이 흐르고, 학교에서 하는 특기적성 영어도 보내봤습니다.

한국인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인데, 같은 영어라는 재료를 사용한 요리지만, 정말 많이 다르더군요

 

도서관 도우미로 하루 일을 하게 되어 도서관에 있는데 특기적성 영어 수업하는게 보이더군요

책정리하고, 아이들 도서 대출해주면서 틈틈히 옆 건물에서 하는 수업을 지켜봤습니다.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해서요

근데 이건 아이다 라 싶더군요

 

제가 영어 수업을 잘 진행하는 재주는 없지만, 저렇게 가르치는건 그냥 시간떼우기밖에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것도 접었습니다.

 

또 몇달이 흘렀습니다.

영어에 대한 감각일 잃을까봐 영어 학습지만은 단 한달도 쉬지 않고 계속 했습니다.

2학년이 되니 영어 학원을 하도 오래 다녀서인지, 6학년 회화교재까지 회화영역은 몽땅 해버렸습니다.

 

원래 학원 다니면서 말 배운 아이들에겐 회화는 좀 쉬운 편이겠죠?

 

아이가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새로 생긴 학원(원ㅇ랜드)라고 하는 곳에 보냈습니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 차량 운행하시는 아저씨가 아이를 아무곳이나 내려줘버리기도 하고 안태우고 가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는 아이를 데리고 학원까지 갔습니다.

수업시간은 시작된지 10분이 지나있었지만, 수업은 시작도 하지 않고 외국인은 교실에 들어와 신문을 읽고 있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더군요

 

외국인 수업이래봤자 겨우 사십분 정도인데 그 중 십분을 저렇게 죽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더군요

그리고 그 외국인의 성실도도 의심스럽고 자질도 의심스러워 그 길로 원장 만나 환불받아 나왔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외국인 학원의 수업을 믿을 수가 없더군요

 

집에서 학습지만 계속하면서 4학년이 되어서 문법교재를 넣었더니 다 아는 것이라도 동사니 형용사니 하는 어휘 자체가 이해가 안되어서 그런지 아이가 교재에 흥미도 없어하고 이해도 못하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더 크면 문법 시켜야지 마음먹었죠

 

영어학원 보내는 돈 모아서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아직도 우리 애는 학습지만 합니다.

 

영어 하나에 나름대로는 많이 투자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번에 경대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 새로 생겼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경대서 대학생들 가르치는 강사들이니 자격은 믿을만 하다 싶어서

초등학교 이제 남은 한학기만이라도 외국인 수업 한번 받게 해 주면 좋겠다 싶어서 등록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등록했어요. 아마 거의 마지막으로 했을 것 같습니다.

두달에 삼십오만원이란 돈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겨우 여섯달밖엔 배울 기회가 없으니,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시험은 제법 어려운 것 같았는데, 듣기는 잘치고, 쓰기 시험은 좀 못봤다고 하더군요

 

성적에 따라 반이 편성되는데, 조금 어려운 듯하지만, 재미있다면서 열심히 다니네요

 

아이가 강의를 듣고 소화를 해 내는데 지장이 없는걸 보니 그 동안의 세월이 결코 허송세월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재는 지금 미국 초등학교 교재를 사용해서 수업하는데, 학원과는 좀 다를 프로그램이더군요

 

과학이나 사회도 영어로 배우고, 수학이나 작문도 배우니, 지금까지 먹어왔던 영어와는 또 다른 영어를 먹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가끔씩은 영어도 다양한 요리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영어 교육에서 정석인지 저 자신도 잘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받게 해 주는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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