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셨나요?
전 첫째 아이랑 수학 붙들고 씨름하느라 고생한 주말이었네요
토요일, 학교 다녀온 아이랑 점심 푸짐하게 먹고, 일주일간의 피로도 풀겸 낮잠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밖이 어둑 어둑 해질 무렵 잠에서 깨어 수학을 시작했죠
한 두시간이면 가뿐하게 끝내고 저녁 먹어야지 마음먹었는데, 왠걸요? 두시간이 지나도 반도 못한겁니다.
에공... 나 혼자 공부하는 속도를 생각했던거죠
낮잠자고 일어나 열심히 공부한 우리 애 배고프다더군요
밥은 먹고 해야지 싶어서, 저녁 준비해서 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문제집 붙들고 앉아서 거의 밤 11시에나 끝이 났어요
영어는 하나도 못하고...
우리 애 하는 말이 "내일 영어 두개 할께."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러자고 하곤 꿈나라로...
전에 학습지로 한번 했던건데도, 잊어버린 부분들도 많아 결국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내가 남이 아닌 엄마인지라
가르쳐준걸 잊어버렸다는데 대해 화가 막 나더라구요
애가 문제 풀동안 잡지도 보다가, 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도 하다가
"그냥 과외 선생 하나 붙여서 시켜버릴까? 그럼 내가 이렇게 성질내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또 다른 한편으론
"내가 해도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과외 붙이면, 일주일에 너댓시간 와서 해줘봐야 일주일에 집합 하나 나가기도 벅차겠는걸"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내가 아무리 직업을 가지고 있고, 또 때로는 밤 늦게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부대낄 시간이 과외교사보다는 많을테고, 또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엄마인것을 생각해보면, 내 아이에겐 과외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속 터지지만, 그래서 한번씩
"어제 갈쳐준건데 왜 벌써 까먹은거야? "라고 소리도 지르지만
그래도 내가 가르치는게 제일 낫겠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교사는 하나님이 아니다.
내가 돈 주고 일주일에 몇시간씩 와서 내 아이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해도
우리애가 과외선생님이 없는 시간동안 내 준 숙제들을 성실히 하지 않는다면
또 혼자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을때 즉각즉각 물어볼 수 없어서
선생님 오시면 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세월만 흘러 간다면
돈만 버리는 결과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내가 만난 엄마들 가운데, 거의 과반수 정도는
교사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하시더군요
"내가 돈 주고 시키는데, 왜 우리 애 성적이 안오르는겁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안시켰을겁니다"
아주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외우라는 것도 안외워두고, 숙제 하라는 것도 안해둔 아이
몇일에 한번씩 가서 봐주면서, 그 안해둔 것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고
그러다보면 시험날은 코 앞이고
참 교사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오히려 어머니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 큰소리를 칩니다.
"애가 숙제도 제대로 안해둔 건 선생님 책임이죠? 선생님이 숙제를 잘 내고 또 잘 하도록 시키셔야죠?"
돈받은 죄인이란 말이 생각나더군요
이 정도 되면 받은 돈 돌려주고라도 확 때려치운다라는 생각 안할까요?
그러나 내가 엄마 입장이 되면 똑같이 본전생각 나는겁니다.
돈 주고 시키는데, 왜 못하느냐는 생각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착각으로 애꿎은 사람 하나 잡느니
속이 썩어도 내가 썩는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저녁 일 하지 않고 들어와 내 아이 붙들고 앉아있는겁니다.
어제 계산해봤습니다.
내가 밤 열한시까지 나가서 일하면 지금 수입보다 한달에 사백만원은 더 벌 수 있는데,
내가 그 일 포기하고, 적어도 저녁 시간만큼은 우리 애랑 같이 있을 욕심으로 들어오는 거니까
내 딸아이는 사백만원짜리 과외 하는거라구...(이건 어디까지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계산한 겁니다. 내가 실력이 그만큼 뛰어난 것이 아니구요...)
솔직히 돈 벌려고 작정하고, 요즘 일어나는 운동처럼 십억만들기 계획하면 나도 몇년안에 종잣돈 만들어 십억 가진자의 반열에 설 수 있겠지만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재테크는 자식농사이기에
기꺼이 그 돈 포기하고 내 아이들 붙잡고 있는겁니다.
십억 가지고 내 자식 바보 만들어 십억 물려주는 부모보다는
일억도 못 물려주더라도 혼자 훌륭히 설 수 있도록 키워주는게 더 나은 부모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제 경우에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와 내가 옆에서 지켜보며 설명해줘야 할 공부를 나눠서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말합니다.
"엄마가 오기 전까지 뭐 뭐 다 해두고, 엄마 오면 뭐 뭐 하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7살짜리 둘째도 그렇게 시킵니다.
"엄마 올때까지 수학 한권 해두고, 엄마 오면 같이 영어듣자"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해야 할 부분과 같이 해야 할 부분을 분명히 인식을 시켜두는거죠
맞벌이 부부는 대부분 저처럼 그런 고충들을 안고 계시겠죠?
과외 교사든, 학습지 교사든 교사는 하나님이 아니란 사실만 기억한다면
엄마로써 해야 할 일도 분명히 생기는 것 같더군요
저는 학원보다는 학습지를 더 선호하는 터라
수학이나 한자도 학습지를 통해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학습지 교사의 방문에 내 아이를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답니다.
교재 진도도 제가 정해주는 편이에요
시험때가 되어 밀리면
"선생님, 제가 시험 끝나고 다 시킬테니까 교재만 계속 쌓아두고 가세요" 라고 합니다.
한달치 쌓아두어도 이삼일만 붙들고 앉아있으면 다 시킬 수 있습니다.
하다가 모자라면 학습지 교사에게 문자 한통 날립니다.
"교재 다 해버렸는데, 뒷부분 좀 더 가져다 주세요" 라고
그러면 다음날 우편함에는 그 뒷부분 교재가 들어 있습니다.
나는 그 학습지의 프로그램을 돈주고 사는 것이지, 교사의 가르치는 능력을 산게 아니니까요
다만 일주일에 한번씩 와 주는 교사로 인해 밀리지 않고 일정량을 나갈 수 있다는 고마움은 가지고 있죠
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재를 보고 사 주는 능력은 엄마가 키워야 할 능력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좋다고 하면 이것 한번 시키고, 또 저것이 좋다고 하면 서너달만에 저걸로 바꾸는 그런 엄마를 보면
언제나 하나님이 되어줄 교사만 찾아나서는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요
자식에게는 엄마 이상의 선생님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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