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부터, 울 엄마는 우리 삼남매 먹이시느라 좋은 것 못드시고
생선도 대가리나 꼬리만 드시고
찬도, 국도, 남은 것만 드시고,
그 모습이 어릴적 부터 늘 마음아팠는데
요즘 입주를 앞두고 한창 마음이 붕 떠 있는 엄마를 봐도
항상 마음 한 구석은 짠해온다.
오늘도 일을 마치고, 시장 앞 트럭에서 수증기 뿜어올리며 파는 게를 지나치며
우리 아이들 정말 좋아할텐데 하는 마음에 걸음이 멈추어진다.
늘 집에 돌아가면
"뭐 맛있는 것 없나?"라는 말로 일하는 엄마의 맘을 아프게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한마리 천원이라는 광고문과는 달리
"크고 알찬놈은 세마리 만원"이라는 말에 만원치 사려다 더 사고 만다.
아이 뿐 아니라 그러면 또 남는 것 없이 울 엄마는 게 냄새만 맡고
김치에 된장찌게로 저녁 드실 것 같아서
넉넉히 이만원에 일곱마리를 사왔다.
비록 알은 없었지만, 통통한 다리살에 밥 비벼먹기 좋을만큼 든 게딱지속 알맹이들...
찜솥에 넣고 수증기 팍팍 올려
우리 다섯 식구 실컨 뜯고도 한 마리가 남았다.
내가 달랑 만원치만 샀더라면,
늘 자식들 먹이느라 제대로 못드신 울 엄마
이제는 손주녀석들 먹이느라 또 못드실 것 같아
시장에 가면 엄마 생각에 손만 커진다.
남편이랑 둘만 달랑 살때는
일주일 생활비 만원도 안들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끼 식사에 이만원을 훌쩍 넘기고도
엄마 배불리 드시는 모습 보는게 행복하고
귀여운 내 새끼들 잘 먹고 키 쑥쑥 크는 모습에 행복해 하며
손만 커져간다.
그래도 행복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비교도 못하도록 짧게 남은 울 엄마
무엇 하나 풍족히 드시게 하고픈 딸의 마음이
아까운 것 없이 사게 한다.
요즘따라 무척이나 많아진 먹거리 프로그램들 보시다가
먹고 싶은 것 있다고 하시면
언제라도 달려가 사 드리고 싶지만
일 한다고 아이들 맡겨두고 돌아다니며
시간 한번 내지 못해 사드리지 못하는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게 너무 예쁜것처럼
울 엄마 잘 드시는게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
엄마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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