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조강지처

생각제곱 2005. 6. 22. 12:29

옛날 우리네 조상들 시대에는, 칠거지악이란 말로 남자들은 합리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첩을 두고 살아도 좋고, 여자들은 질투조차도 못하게 만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여전히 조강지처라는 말도 함께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바람이라는 것이 오래 가지 못함을 증명하지 않았나 싶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지 아니하였나? 콩껍질 호르몬의 생명이 겨우 1년에서 1년 반이라는 것을...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껍질이 덮이고, 그것의 지속 시간은 겨우 1년에서 길어야 1년반, 결국 바람을 피워도 길어야 2년이면 남자들은 다시금 마누라 품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나는 결혼하고 나서 이 조강지처라는 말을 참 좋아했었다.내 남편이 아무리 딴 여자에게 맘이 있어도, 딴 여자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쫓아다녀도, 결국 내 남편은 내꺼니까 말이다.


 


테니스에 빠진 남편

새벽마다 테니스 치러 나가는 곳에 남자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불행히도 여자들도 같이 있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우정은 내가 보기엔 전우애보다 더 깊은 듯하다.


경주에 살때 함께 테니스를 치던 아줌마들 중에는 대구로 이사온지 벌써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택배로 반찬을 보내주는 아줌마도 있다.

일년에 몇번은 꼭 경주가서 테니스를 한번씩 치고 와야 할 만큼 정말 끈끈한 정이 오래간다.

 

그러나 만남은 늘 가족과 함께다. 경주의 테니스 친구들은 당연히 남편을 데리고 오고, 때로는 그 집에 초대받아 가서 한상 푸짐하게 얻어먹고 오기도 한다.

남편이 그들과 테니스에 대한 대화로 푹 빠져있을즈음, 나는 그 아줌마들의 시어머니랑 논다.

 

할머니들은 내게 아주 많은 삶의 경험들을 나누어준다.

그 분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조그만 일에도 얼마나 엄살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예전 우리 할머니들의 삶

먹고 살기위한 노동만으로도 여자들의 일거리가 엄청 많았던 시대

게다가 결혼과 동시에 일이년에 한번씩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낳고 키우고 그 세월이 얼마나 오래인가?

 

자기 손으로 아이를 받아 낳고 그 다음날로 밭으로 일하러 나가야 했다던 할머니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어쩌면 그런 얘기들을 너무 많이 들어서 나도 아기 낳고 바로 과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그렇게 살아도 오래 오래 건강하게 잘 사시는 할머니들을 많이 뵈어서...

 

요즘은 황혼이혼이 급증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테고, 또 내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그 사연들을 일일이 알지도 못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되, 소유하려는 마음을 조금만 버린다면,

 

내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서, 나랑 나누지 못하는 대화를 나누고( 내 남편의 경우 테니스 얘기),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남편에게 엔돌핀이 팍팍 생기고, 하루 하루를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면, 조강지처인 내가 엄마같은 마음으로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다. 그래도 바람도 못핀다.

원래 멍석 깔아 놓으면 하던 짓도 못한다고 하지 않나?

 

법적으로 내꺼니까, 그냥 믿어주자. 아무리 많은 여자들이 꼬리친다해도, 아무도  못뺏어가니까, 굳이 내가 소유욕을 품고, 나 아닌 딴여자에게 한눈 팔지 마라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이 글 쓰면 이상한 사람 될 것 같아서 많이 망설였는데, 오늘은 별달리 생각나는 주제가 없어서,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