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딸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을때, 남편은 연구소에서 근무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박사과정 수료하고, 논문 완성을 기다리고 있었죠
물론 연구소에선 학교 오가는 것 마저도 눈치를 봐야 했었지만, 그 덕분에 월급은 정말 쥐꼬리 만큼도 안되었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나이 삼십이 넘도록 공부한 사람의 월급인가 할 정도로....
그러나 IMF 오기 직전, 회사의 경제적인 사정으로 연구소를 문닫는 일이 생겨버렸고, 늦은 나이게 취직할 곳은 없고, 졸업도 못했고....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낼때였습니다.
남편에겐 요즘 운운하는 원천기술이 있었고 (솔직히 한국 사람들이 그거 제일 잘 합니다. 세포에서 핵 제거하고 다른 핵 집어넣는...그래서 새로운 종을 만드는...)
물론 동물이 아닌 식물로 하는 일이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마구 마구 해댔었겠죠?
그 분야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여간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이천만원짜리 난초를 만들었다면서 아주 소중하게 다루면는조그만 풀 한포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제 눈엔 그 비싼 난초가 풀 한포기로밖엔 안보였습니다.)
방금 플라스크에서 꺼내왔노라고 하면서 이거 잘 활착해서 잘 자라면 이천만원주고 팔 수 있다고
그때 우리가 전세 이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때였으니까, 고 녀석만 다 자라면 우린 집 한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매일 매일 사랑으로 돌봐주었습니다.
진짜 애지중지하면서 키웠지만, 고 녀석 몇달이 지나지 않아 죽어버리더군요
사람이 장난친 종은 잘 살지 못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더 받으면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하나님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길 벌써 십년도 넘었는데,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그 화제거리를 보면서,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는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적어도 저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겸손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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