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7까지 상담하러 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찾아간 집은 아래는 상가이고, 위층은 주택이었습니다.
주택 특유의 쌀쌀함은 느껴졌지만, 고급스럽게, 지어진 그런 곳이었어요
사내 아이가 맞이하더군요
"너 6학년이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
전화받을때 들었지 뭐, 이름도 알았는데, 잠시 까먹었다....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를 앉히고
6학년 교과서 영어를 토대로 만든 시험지를 한장 내밀었다.
그런데 이녀석이 손도 못대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아이의 엄마는 말씀하신다.
"우리 아이 에비씨티도 몰라예. 처음부터 잘 가르쳐 달라고 전화한겁니더. 우리 애가 공을 한 삼년 쳤는데, (골프) 그 동안 공부를 못했어예.
아 어 를 가르치면 아 어가 뭔지는 몰라도 몇번 쓰라고 하면 숙제는 잘 하는 성실한 놈입니더.
학원에 보냈더니 학원 선생이 두주만에 전화와서는 답답해서 못가르치겠다고 집에서 엄마가 좀 봐주라고 하길래
5등안에 드는 잘 하는 아이만 뽑아서 가르치는 학원들이 많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공부 못한다고 못가르치겠다고 하는게 어디 사설학원에서 할 소리냐고
아이 당장 돌려보내고 오늘까지 한 수업료 빼고 나머지 통장에 입금시리라고 했지예
그랬더니 선생이 아이를 다시 달랬는지, 그냥 가네예.
영어가 너무 딸려서 학습지 하나 더 시킬려고 하니까 기초부터 잘 좀 가르쳐서 영어 보고 읽을 줄만 알도록 좀 해주이소"
그 엄마 말솜씨에서 철학이 묻어난다.
참 멋진 사고를 가진 분이다.
아이가 못하는 것 알고, 인내해줄줄 알고, 또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줄줄 안다.
위로 누나 하나 형 하나가 더 있다고 한다.
아들 둘은 학원 소수 정예반 사십만원짜리 보내고, 하나밖에 없는 큰딸은 수성구 학원 강사로부터 주2회씩 영어 수학 과외 하는데 한 과목당 60만원씩 주고 있다고 한다.
입이 벌어졌다.
대구 과외비 많이 다운 되었는데, 아직도 그 금액으로 과외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이번 기말고사 성적표가 아직 안나왔는데, 성적표보고 반에서 20등 밖이면 과외 그만 시키고 전문대 보낼 생각으로 속편히 살려고 한다고 말한다.
과외비와 학원비
그것 때문에 생활비 한달에 삼백만원 들것이 육백만원 든다고 한다.
한달에 육백만원의 생활비를 감당할 만큼 부유한가보다.
아직도 검은돈이 존재하고 있으며, 아파트 한채값만 담임 먹이면 아이 잘 키워준다는 것 알고 있다고 한다.
그치만 아이도 어느 정도는 잘 해야지 자기 아이는 아이들이 그정도로 못해서 사교육비로 돈만 작살나는 거라고
일반 서민의 애환을 그대로 내게 토해낸다.
아이 상담하러 가서 그 엄마 넋두리만 실컨 듣고 한시간이 흘렀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머리가 좀 벗겨진 나이든 통통한 남자가 들어선다.
큰애 영어 과외 선생님이라 한다.
잘되었다 싶어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많은 생각들이 겹쳤다.
내 딸아이. 참 복많은 딸이라고...
나같은 엄마 만나서 그런 선생님이랑 공부 안해도 되니까 말이다. ㅋㅋㅋ
더 잊기 전에 수학 공부 좀 해 둬야겠다.
요즘은 영어만 봤더니 미적도 햇갈리려 한다.
내 딸아이
끝까지 내가 가르쳐야지.
집합만 네번 복습했더니. 별로 막히지 않고 잘 풀어낸다.
요즘도 EBS 교육방송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이건 책값만 내면 공짜다. 방송 놓치면, 인터넷으로도 공짜로 볼수 있다.)
어제 방송분은 내가 미리 예습 시키지 않았더니 무슨 말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한다.
이미 내가 가르치는데 익숙해진 내 딸, 끝까지 내가 가르쳐야지.
몇백짜리 과외 시킬 돈도 없지만, 나보다 더 잘하는 과외 선생도 없을거라는 자신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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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랑하기 위해 이런 글 쓰는 것 아닙니다.
그냥 수시로 바뀌는 교육 정책에, 솔직히 어디에 촛점을 맞추어 아이를 공부시켜야 할지도 모르는 엄마입니다.
내 자식 내가 가르치려고 한다고 큰소리 치며 결혼하기 전부터 재수학원 다니며 영어 수학 배웠던 사람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달에 2만원도 안되는 수강료주고 배워두길 잘했다 싶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아이들 대상으로 실험도 실컨 하고(과외하면서). 이제서야 내 아이에게 적용시키기에, 솔직히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결혼해서, 아이만 잘 키우시는 전업주부님들,
시간 날때 재수학원 영 수 들으러 다녀보세요
선생님들 정말 잘 가르쳐줍니다.
사람들에게 지적 욕구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것이 식욕만큼 강하진 않겠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도 문화센터마다 넘쳐나는게 아줌마들 아닙니까?
뜨개질, 헬쓰, 포크아트, 퀼트, 뭐 이런거 배우러 다니는 시간 조금만 더 투자하서
영 수 배우러 다녀보세요
과외로 돈 못벌어도 내 아이 과외비만큼 절약은 하게 해 줄 겁니다.
그리고 직장때문에, 아이 못봐주며 가슴아파하시는 어머님들
아이 고등학교 들어갈때쯤, 월급이 삼백만원 이상 되시면, 그냥 열심히 일 하시고
아니면 과감히 접고, 공부하러 다니시는건 어떠세요?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공부하는게 제일 돈 많이 버는 길이겠다는 그런 생각
내 자식 내가 못가르친다는 말 있지만, 전 아직도 엄마가 최고의 선생님이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최고의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되는 길이 가장 큰 재테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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