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이야기

자식 농사 어떻게 지을까요? (57탄 유학)

생각제곱 2007. 3. 7. 21:42

제겐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는데, 딸 아이는 유학을 보내고 싶은 맘이 전혀 없습니다.

딸이기 때문이죠

성차별이라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그치만 성차별은 아니구요,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섭게 변해가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비록 지금 자금의 여력은 안되지만, 만약 딸아이가 죽어도 유학가서 공부하겠노라고,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겠노라고 한다면, 또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큰아버지가 미국에 살고 계시고, 부탁만 하면 미국에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도 있고, 가까운 선배언니가 필리핀에 살고 있기에, 거기로 보내도 저렴하게 유학을 보낼 수도 있죠

 

고모들 두분이 서울 사시니까 대구보다는 서울서 공부를 시키고자 마음 먹는다면 서울도 보낼 수 있지만, 내 아이에겐 뭔가를 이루겠다는 성취욕이나 도전정신이 엄마인 나만큼도 없는데다, 그냥 지금 공부하는 것도 힘들지만 잘 따라가주고 있기에,

 

유학이란건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작은 고모의 딸, 그러니까 제간 시조카가 되겠죠?

집은 청담동이고, 갑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우리 집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부자인데, 큰 딸이 공부에 별 취미가 없어서, 중학교 다닐때 고등학교 인문계 진학이 어려울까봐 도피성 유학을 보냈습니다.

 

미국에 외삼촌(우리애 에겐 큰아버지지만, 그 아이에겐 외삼촌이죠)집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미국 학교에서 쫒겨났습니다.

 

공부를 너무 안해서, 도저히 더 이상 시킬 수 없다고 한국으로 가라고 했다네요

결국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은 지방에 있는 4년제 겨우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 고등학교 잘 못갈것 같으니까 그 당시는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국으로 유학보내는게 붐이었죠

 

그러나 그렇게 유학가도 아이가 잘 되기는 커녕 나라 망신만 시키고 돌아오는거죠.

 

아이들 중에서는 정말 원대한 꿈을 가지고 뭔가 큰 것을 이루고자 유학을 꿈꾸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라도 보내야겠지만, 집에 돈은 있고, 머리는 나쁘고, 그래서 한국서 공부 잘 못해서 남들 보기 챙피하니까 보낸다는 유학은 정말 말리고 싶답니다.

 

유학만 보내면 모든것이 다 될것이란 착각은 버릴때가 되었는데도 요즘 만나는 어머니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아이를 유학보내는게 어떨까 하는 고민들을 하시더군요

 

일년에 이천만원 정도면 유학 보낼 수 있다는데, 한국서 과외할 것 생각하면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오시는 분도 계셨답니다.

 

전 그런 분들에게 늘 얘기합니다.

 

유학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아이를 더 잘 키워보겠다는 것 아닙니까?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곁에 있어주는 것도 영어 조금 더 잘하게 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입니다.

 

어린 나이에 유학가면 국어실력이 모자라니까,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때 취직도 어렵습니다.

학연과 지연이 출세의 한가닥 줄이 되는 현실에서, 중고등학교 선배, 대학 선배들이 이끌어주는 줄 없이 좋은 직장 구하기도 힘들겠죠?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중 논술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 과연 몇이나될까요?

유학간 학생들보다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할까요?

 

유학간 학생들이 영어공부 할동안 우리 아이들은 입시전쟁속에서 정말 엄청난 양의 지식들을 머리속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중학교때부터 유학 다녀온 학생들이 취업경쟁을 하면 과연 누가 이길까요?

요즘은 영어 잘하는걸로 취직 잘 안되는 시대 아닙니까?

그렇다고 못하면 불이익도 많은 시대지만 말입니다.

 

유학가서 공부 잘 할 학생이라면 한국서도 공부 잘 합니다.

한국서 착실하게 대학 나와서 유학가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때부터 그렇게 보내지 않아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텔레비젼에서 대학생 동거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십년전쯤, 영어 회화를 배울때 강사였던 마크라는 캐나다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그 학원 여자 강사와 동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 사고로는 둘은 당연히 애인사이이고, 결혼을 전제로 같이 사는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늘 그냥 집값이 아까워서 동거한다고만 말했습니다.

 

요즘은 학원 강사로 외국인 쓰려면 방 구해줘야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강사들이 알아서 자기돈주고 방구해 살았던 시절이었죠

 

방값 아끼기 위해서 동거를 하면서, 또한 잠자리도 같이 하면서, 그러나 철저히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그들을 보며 캐나다는 정말로  자유주의국가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한 내 딸 아이는 캐나다인에게는 회화 안가르쳐야지, 이런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런 사고방식이 지금 우리나라 대학생들 사이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정말 무서워서 서울로 대학 보내기도 두려운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서울로 보내면 아무래도 떨여져 살아야 하니까 그러는겁니다.

어디 서울만 그렇겠습니까? 대구도 대학가는 마찬가지겠죠?

 

공부 잘 하라고, 더 나은 직장 구하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라고 유학을 시키는데, 아이들이 저렇게 타락한 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제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서울대 갈 실력이라도 경북대 장학생으로 보내겠단 마음을 가지는게, 지금의 솔직한 제 심정이랍니다.

 

제가 너무 자식을 사랑해서 그런가요? 저랑 같은 생각 가지시는 분 많으시죠?

 

자식은 키우면 키울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