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내 인생의 반 가까이 살면서 처음 알게된 대구육계장과 진골목
왜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하고
근처를 지나다니면서도 한번도 진골목이 있다는걸 알지도 못했을까?
진골목이란 골목이 길다는 뜻으로 대구 사투리 질다는 길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좁은 골목, 그리 길어보이지도 않는 골목 한쪽 옆에 진골목 식당이 있더군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심지어 네비게이션에조차 나오는 진골목 식당
맛을 기대하며 아이들과 같이 큰맘먹고 먹으러 갔습니다.
가격은 정말 착하죠? 모두 국산이라 했습니다.
울 아들 가격표를 보면서 묻습니다
"엄마, 국내산 소는 한우라고 하는데, 왜 국내산 돼지는 한돈이라고 안해?"
어린 아이여서 아직 고정개념이 형성되지 않았나봅니다.
대답할 말이 없더군요.

식당에는 우리가 제일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한명도 없었고,
모두 노인분들 뿐이었습니다 .
할아버지들의 모임장소로 주로 이용되는 듯 했습니다.
여기 저기 테이블마다 담배연기가 자욱합니다.
할아버지들 담배 태우시는데, 뭐라 하기도 그렇고,
정말 날도 춥고 공기도 최악이었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갈 곳 절대로 못됩니다.
아마 이십년후쯤엔 할아버지들 다 돌아가시거나, 기력이 없어지고 나면
이 유명하다는 진골목 식당도 이름만 남겨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반찬은 항상 동일한듯 합니다 .
제가 인터냇 검색했을때 나왔던 반찬 그대로 하나도 변함이 없더군요.
간간한 배추무침, 오징어채, 연근조림...
대구분들이 아닌 혹시 타지에서 대구와서 꼭 먹어봐야지 하고 오시는 분들,
이 음식 맛보면 아마 이 생각 하실겁니다.
"대구 음식 정말 맛없어" 라고...
우리 입맛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깍두기는 적당히 삭아서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다른 찬들은 6.25 직후의 음식이려니 생각하고 먹으면, 괜찮을듯 합니다.
맛을 기대하는게 아니라 예전엔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경험한다 생각하고 드시면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천정은 예전 한옥천정 모양입니다. 아들이 보고는 한마디 합니다.
"엄마, 옛날에도 니스가 있었어? 저렇게 뺀질뺀질하게 발랐어?" 라고
아들은 참 신기했나봅니다. 저런 천정 처음봤거든요.

제가 시킨 육국수입니다. 육계장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건데,
고기 한점도 없고, 국물에 파만 많이 있었습니다 .
오천원짜리 국수치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맛은 제가 끓인것보다 훨씬 맛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말 그대로 전쟁직후, 먹을것 없던 시절에는 고급음식이라 했겠구나 그런 정도
타지사람에게 대구를 소개해주겠다고 같이 왔었더라면
아주 난감했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습니다.

딸아이와 남편이 시킨 육계장입니다. 고기 덩이가 몇개 있었습니다.
남편의 한술 뜨고 하는 말
"설탕을 와이리 많이 때리부었노?" 맛이 없다는 표현이 좀 과격하게 나오네요
파 때문인지 참 덜컹한 맛이었는데, 정말 달았습니다.
딸이 하는 말
"우리 학교 급식보다 훨씬 맛없다"
우리 가족은 육계장 참 좋아하는 편이고,
대구의 유명한 따로국밥(선지국) 무척 좋아해서 자주 가는 편인데,
아마 모두들 그 맛과 비슷하리라 기대하고 왔었다가
환상이 완전히 깨지는 맛이었기에 이런 말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진짜 할말이 없더군요
맛도 입에 안맞죠. 공기중엔 온통 담배연기뿐이죠.

매운걸 싫어하는 아들은 호박전을 시켰습니다. 진짜 달았습니다.
호박만으로 이런 단맛이 나올까 의심스러울만큼 달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에 전반적으로 설탕을 넣었구나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들이 제 육국수 맛보더니 말합니다.
"슈퍼에서 파는것보다 더 맛없어, 엄마 나 왜 여기 데려왔어?"
참 난감하더군요. 태권도장에 가서 마치는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태워서 바로 식당으로 향했거든요
집에는 낮에 한냄비 끓여둔 매운탕이 있었는데,
오늘 아니면 가족 외식할 시간이 안날것 같아 무리해서 갔었는데,
모든 가족으로부터 비난만 받았습니다.

나오면서 차를 동아쇼핑 주차장에 세워두었다가,
맛없는 저녁먹고 맘 상해서, 서둘러 집으로 오기 바빠 주차비만 천원 물었습니다.
유명하다는 곳에 가서 먹으면 늘 기대한것만큼 맛있지 않았었는데, 어제는 정말 최악이었답니다.
아이들에게 돌아오면서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먹을게 없어서 저런것도 맛있게 먹었단다.
할아버지들은 그 맛이 그리워서 저렇게 자꾸 오시는거란다"
혹시 진골목식당에서 대구 육계장 맛있게 드시고 오신분 계신가요?
우리 가족 입맛만 그런걸까요?